[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에어부산(298690)의 이사회 산하 내부거래위원회가 사외이사 수 부족을 이유로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ESG 역량 저하가 우려된다. 내부거래위원회는 특수관계인과 5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의 5%이상의 거래가 이뤄질 경우 이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내부거래를 견제하기 위해 주로 사외이사들로 위원회를 구성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에어부산의 사외이사가 2명에 불과해 내부거래위원회 구성요건(사외이사 3명으로 권장)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이사회가 대신 내부거래에 관한 안건들을 처리하고 있어 내부거래에 대한 견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사회 내 위원회가 견제 역할을 못 하는 등 지배구조가 약해지자 에어부산은 지난해 ESG등급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지난 16일 에어부산의 이사회 구성이 변경되면서 새로운 이사회가 이를 개선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에어부산)
취약한 ESG 등급
21일 한국 ESG기준원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해 ESG평가에서 C등급에 부여받았다. ESG등급은 환경(E), 사회(S), G(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평가기관에서는 C등급을 체제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등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배구조의 경우 세 평가 영역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등 회사 내부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작동하는지 여부가 지배구조 평가의 주요 항목이다. 따라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위원회 제도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독립성을 지닌 사외이사들이 위원회 내에서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ESG등급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위원회 기능은 잘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 이사회 산하에 내부거래위원회가 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실질적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거래위원회가 가동되지 못하는 이유는 운영을 위한 사외이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3분기 에어부산의 사외이사 수는 2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어부산이 내부거래위원회 구성을 위해 추가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다. 현행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만이 사외이사를 3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이 1조3721억원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둘 필요가 없다. 에어부산은 현행 상법 규정에 따라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만 사외이사로 두면 된다. 따라서 에어부산은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실제로 운영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내부거래위원회가 담당하는 사안들은 이사회가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총자본의 5% 이상 내지 50억원 이상 규모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시 이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업무를 하는데, 보통 재무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 위원회의 안건이 된다. 사내이사가 주류인 일반 이사회가 해당 안건을 처리할 경우 견제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설치를 공언했던 ESG위원회 설치도 늦어지는 모습이다. 에어부산은 ESG경영 강화 차원에서 지난 2023년 말경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설치되지 않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절차가 진행되면서 독자적으로 ESG역량을 강화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 구성 변화…ESG 역량 강화 계기될까
지난 16일 에어부산의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및 이사 신규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에어부산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병섭 대표이사와 송명익 사내이사, 서상훈 기타 비상무이사는 모두 대한항공 출신이다. 이에 향후 에어부산의 이사회 운영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신규 선임된 인사들은 에어부산 이사회에서 향후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통합 과정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하고, 이후 대한항공과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기간동안 대한항공 산하 저가항공(LCC)인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 에어부산을 통합하는 물리적, 화학적 작업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과정에서 에어부산의 낮은 ESG역량이 문제될 수 있다. 업계 내 ESG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진에어가 에어부산을 통합할 경우, ESG역량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 등에서는 ESG역량이 낮은 기업의 시스템과 문화가 통합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면, 운영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구축에 애로사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진에어는 지난해 3분기 자산총액이 1조793억원으로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지 않아도 되는 상장사지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사외이사는 4명이었다. 이에 이사회 산하 위원회들이 원활히 운영되고 있어 에어부산의 지배구조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에어부산이 ESG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ESG역량 강화를 위한 재무적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또한 여전히 결손금이 남아 있지만, 업계 내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까닭에 결손금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부산의 매출은 7578억원, 영업이익은 1265억원이었다. 분기 순이익은 60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연도 같은 기간(465억원)에서 31% 증가한 실적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외부 ESG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사업 참여 및 이해관계자 소통 활성화 등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추진도 예정 중"이라며 "아울러 사외이사 보강 계획의 경우 현재 법적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내부거래와 관련된 내부거래 관리제도 및 이해관계자 거래에 대한 사항은 이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