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주차 발행액 작년 동기 4분의 1에도 못 미쳐발행 준비 건수는 전년 상회…시장 전망도 나아져BBB급 채권 세제 변화와 개인 채권 투심, 발행시장 변수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내외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해 채권 발행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채권발행이 몰리던 예년과 달리 1월 첫 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다. 금리 인하와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 발행 시기를 뒤로 미루는 분위기다.
1월 회사채 발행 '뚝'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5년 첫 주 채권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포스코(005490)가 유일했다. 포스코는 6일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 1000억원, 3년물 25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500억원으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조원까지 증액을 고려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1월은 각 기업들의 자금 조달 계획이 시작된다. 회사채는 기업 자금 조달의 핵심으로 개장일부터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12월까지 기간을 넓혀도
SK텔레콤(017670)(3000억원), SK브로드밴드(2950억원)를 포함해 세곳이 전부다.
이례적인 현상을 두고 시장에선 대내외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해석했다. 통상적인 금리 환경에 따른 수요 변화보다는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근본적인 이유라는 평가다.
이회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12.3 비상계엄과 미국의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영향으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회복되고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가시화될 때까지 채권시장 수급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행여건 개선, 1분기까지는 회복 예상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회사채 발행은 곧 재개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신용평가를 받은 기업이 전년에 비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발행금리가 결정되기에 통상 신용평가 회사채 발행의 전단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의 일반사채(SB) 본평가를 받은 기업은 총 47곳이다. 전년도 동기 38곳 대비 9곳이 더 늘었다. NICE신용평가에서도 같은 기간 7개 기업이 추가로 SB 본평가를 진행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평가 기업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 1월 채권 발행 환경은 작년보다 우호적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일 기준 채권 발행금리는 5거래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3일 계엄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발행 금리는 같은 달 20일부터 차츰 안정세를 보이다가 연말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김수연
한양증권(001750) 연구원은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내내 금리 환경은 점진적인 하락을 이어갔고 대내외 변수에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됐다”라며 “현재 AA급 이하 채권의 경우 경우 순발행이 이어진만큼 늦어도 1분기 이내에 자금조달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우량채권 발행 '우려'
채권시장에서도 평년 수준 이상은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관건은 산적한 변수다. 먼저 BBB급 이하 하이일드 채권 세금 제도 변화다. 이 펀드는 비우량채권을 45% 이상 편입해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비우량채권의 유통 및 발행을 활성화해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쉽게 말해 해당 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 하이일드펀드의 신규 설정액도 크게 늘었다 2024년말 기준 1조1200억원으로, 세제 혜택 도입 직전 521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현행 세법은 연간 금융 소득 2000만원 이하에 원천세 15.4%를 부과하고, 초과분에는 최고 세율 49.6%로 종합과세한다. 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하이일드 펀드 가입액 3000만원까지 15.4% 세율로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과세혜택은 펀드 가입기간 1년 이상 3년 이내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에 적용된다. 올해는 공모주 우선 배정 등의 혜택도 부여했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오는 12월 30일로 종료되는 것이다. 비우량채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우량채 조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하이일드 펀드가 위축될 경우, 저신용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개인 투자자의 투심이 변수로 거론된다. 작년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물량을 받아낸 수요처는 개인투자자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액은 41조6448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로 이 중 회사채와 금융채 순매수액도 9조8873억원, 9조8631억원으로 최대치를 달성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돌아오는 채권의 만기 규모와 현재 발행 금리를 고려해 보면 평균 수준 이상의 채권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연초 예정된 정치적, 경제적 이벤트가 남아 있는 만큼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