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은행권 출신 헤드 배치…전문성·독립성 우려
LP 운용 손실 여파…사상 최초 운영·WM·IB 3인 사장 체제 도입
커진 지주사 입김…증권사 자율성 위축 우려
공개 2025-01-0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7: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2025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주요 사업부를 이끄는 인사 대부분이 증권 내부 출신이 아닌 신한은행 등 은행 계열사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내부통제 강화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증권업계 특유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간과한 인사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이 입주한 TP타워 로비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농성이 진행 중이다.
 
사상 최초 3사장 체제, 주도권은 증권에서 은행으로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시장 신뢰도 회복과 시스템, 프로세스 개혁을 위한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주요 골자는 △경영관리 △자산관리 △CIB(Corporate & Investment Banking) 등 세 개 분야로 나눈 경영 체제를 도입하고 각 체제를 총괄하는 사장을 배치하는 건이다. 적용 일자는 오는 1월1일이다.
 
이선훈 경영관리총괄 사장, 정용욱 자산관리총괄 사장, 정근수 CIB총괄 사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이선훈 대표이사 사장이 기존 전략기획그룹과 경영지원그룹을 통합한 경영관리총괄을 맡는다. 이어 신한금융지주 출신인 정용욱 부사장과 정근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자산관리총괄 사장과 CIB총괄 사장을 맡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증권업계에서 각각 주력 사업부를 맡는 2명의 공동 대표를 두는 것은 자주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내부통제와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한 개의 사업부 형태로 두고 3명 이상의 사장을 두는 형태의 조직체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조직개편에 대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직문화와 시스템, 프로세스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며 "위기 극복과 정상화를 조속히 달성하겠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10월 발생한 1300억원 선물옵션 손실 사태 이후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의 일부 직원들은 ETF 유동성공급자(LP) 지위를 악용해 장내 선물 매매를 하다 과다 손실을 냈다. 그리고 손실 은폐를 위해 해외 스왑 거래를 한 것처럼 장부를 허위로 꾸민 것이 내부 감사를 통해 밝혀져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로 인해 김상태 대표이사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자진 사임했다. 이어 사내 최고 재무책임자인 이희동 전략기획그룹장(CFO/CSO)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선임과 조직개편에 따라 사실상 신한투자증권의 주요 수익 사업은 신한은행 출신들이 이끌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리테일과 자산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자산관리총괄’ 체제 대표를 맡은 정용욱 사장은 신한은행 신한PWM압구정중앙 센터장, 신한은행 영업부 커뮤니티장, 신한은행 인사부 본부장을 거쳤다. 업계에선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오른팔 격으로 알려졌다.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을 아우르는 CIB총괄 대표인 정근수 사장도 신한은행 투자금융부장, 신한은행 GIB본부장, 신한은행 투자금융본부장, 신한자산신탁 기타비상무이사,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주사 간섭…증권사 정체성 유지할 수 있을까
 
그간 금융지주사는 자회사로 둔 증권사의 경영에는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로 여겼다. 은행업과는 달리 위험부담이 높고 전문성을 요하는 증권업의 특성상 지원을 하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는 금융산업 전반에서 증권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도전을 받고 있다.
 
올해 진행된 NH투자증권(005940) 신임 대표 선임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인사권에 개입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적극적인 거부 의사를 표명했고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에 대한 인사권 개입에 경고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는 무마됐다. NH투자증권의 신임 대표는 사내 IB 전문가인 윤병운 당시 IB1사업부 대표가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 신한투자증권의 인사는 모그룹의 영향력이 강하게 반영됐다. 증권 내부 출신으로 이선훈 대표가 있지만 증권업의 실질적인 운영은 은행 출신인 정용욱 사장과 정근수 사장이 이끌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부터 신한금융그룹 내부 인사 출신이 아닌 외부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해왔었다. 증권업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2019년부터 동양증권 출신 김병철 전 대표를 선임한 것을 시작으로 라임사태 소방수로 영입된 이영창 전 대표도 대우증권 출신이다. 2022년 IB 강화를 위해 영입된 김상태 현 대표도 대우증권 출신이다.
 
서울 여의도 TP타워 로비에서 신한투자증권 노동조합이 신임 대표 선출에 반대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IB토마토)
 
신한투자증권 노동조합도 이번 인사에 우려를 표하며 신임 대표 선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 여의도 TP타워 신한투자증권 본사 로비에는 신한투자증권 노동조합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노조 측은 사측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며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 운영에 있어서의 독립성 보장을 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신한투자증권 노동조합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사측과 입장을 나누고 조율해가는 과정"이라며 "다만, 사측의 전향적인 자세가 없고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투쟁과 함께 공식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 제기되는 반발의 핵심은, 사업 지원은 줄이면서도 꾸준히 일정 수준의 실적을 요구하는 '군림형 지배 경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다. 돌발적인 사태를 빌미로 지원은 축소하면서도 성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운영 방식이 내부 직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다수 금융지주의 규모에 비해 증권 계열사의 규모가 작다 보니 은행이 증권 위에서 군림하는 형태다”라며 “이런 상황에 지주에선 리스크는 리스크대로 관리하라고 주문하면서도 실적 실현까지 주문하고 있어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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