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마진'이지만 부과 기준 불투명 논란 지속…가맹점주 소송 제기소송충당부채 101억원까지 쌓여 회생절차로 전환업계 내 경쟁 과열 속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문제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촉발시킨 ‘차액가맹금’ 부과 기준의 불투명성이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점에 제공되는 상품과 원재료의 가격에서 도매가를 제외한 ‘유통 마진’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차액가맹금의 부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맹점주들은 매출에 비례해 로열티를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해 차액가맹금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개정된 가맹사업법에서 차액가맹금 관련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필수적으로 명시하도록 한 데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차액가맹금과 관련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21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2심 결과가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이번 판결이 확대될 경우 각 프랜차이즈 기업에 미칠 재무적 영향과 더불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취재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국내 1세대 대표 피자 브랜드 한국피자헛이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영업손실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 법원으로부터 가맹점주들로부터 부당이득 210억원 반환하라는 2심 선고를 받으면서다. 지난해 말 한국피자헛이 보유한 당좌자산은 146억원으로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의 67.28% 규모에 불과했다. 이에 소송단은 한국피자헛의 금융기관 계좌 등을 압류했고,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이번 소송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에서는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피자헛 홈페이지)
2년 연속 적자에 회생절차 개시…파산 가능성 상존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지난 16일부터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내년 3월20일까지 최종 회생계획안을 제출키로 했다. 이후 법원은 계획안을 검토해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시에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1985년 이태원 1호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가맹본부의 가맹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403개이던 매장 수는 매년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359개로 줄었다. 현재 피자헛 매장은 전국에 330여개가 남아 있다.
매장수 감소와 함께 실적도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2021년 966억원을 기록하던 매출액은 2022년 1020억원으로 늘어나는 듯 했으나, 지난해에는 869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4억원에서 2022년 3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45억원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이 같은 실적 감소는 업계 내 경쟁 과열 속 가맹사업자수 감소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업체 매출은 일반적으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로열티와 새로운 가맹점이 가입할 때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인 초기 가맹비, 상품과 서비스 판매비, 교육비, 광고 분담금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번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은 차액가맹금을 두고 문제가 됐다. 양현철씨 외 93명은 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의 동의 없이 원·부재료 가격에 차액을 붙여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이유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6월 열린 1심에서도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동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받았다면 이는 가맹계약상 근거 없는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측은 피자헛이 가맹점주들로부터 2019년 매출액의 3.78%, 2020년 매출액의 4.5%에 해당하는 돈을 물품대금에 포함해 차액가맹금 형태로 수령했다고 봤다.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에게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논란은 지난 2017년에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피자헛이 계약서상 근거없이 수십억원의 가맹금을 부당하게 걷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26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 2003년 1월1일부터 마케팅과 품질 관리 등 행정적 지원 대가라는 명목으로 가맹계약서에 근거없는 ‘어드민피’라는 이름의 가맹금을 신설해 총 68억원의 가맹금을 가맹점 사업자들로부터 부당하게 징수했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반환 청구소송 잇따르는데 당좌자산 146억원 불과
지난해 말 기준 한국피자헛은 소송충당부채 101억원을 계상해둔 상태다. 최근 210억원 반환 판결을 받은 양현철 외 93명의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 외에도 한국피자헛에는 약 53억3217만원의 우발채무가 남아 있다. 해당 건은 모두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건으로, 지난해 말 기준 서희중 외 49명이 청구한 50억원 규모 소송과 박병주(약 6978만원)와 고재훈 외 6명(약 2억6221만원)가 청구한 소송 1심 판결이 진행 중이다.
소송충당부채가 전체 소송가액인 약 263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피자헛의 현금창출력이나 보유 자산 등을 통한 변제 능력은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피자헛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8억원에 불과하다. 판매과정을 거치지 않고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당좌자산은 146억원으로, 한국피자헛이 부당이득으로 가맹점주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의 67.28% 규모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한국피자헛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신규 브랜드의 출점으로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가성비'를 내세운 냉동피자까지 가세하면서다. 최근 한국피자헛이 소송단으로부터 금융기관 계좌 압류로 정상적인 운영의 어려움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현재 한국피자헛이 정상적으로 가맹본부의 역할을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지금은 어려움 속에서도 물품 공급과 사업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향후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하면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입장문을 통해 "일부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차액가맹금 반환소송에 관해 내려진 항소심 판결 선고에 대한 대법원 상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회생절차를 통해 소송으로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와 회생법원의 감독 하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