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빚내서 빚 갚는 신세…이자 줄어도 '재무 불안' 여전
신종자본증권 차환하며 이자 부담 축소
신·증설투자 지속에 잉여현금흐름 '적자'
부채비율 300% 상회…재무건전성 '빨간불'
공개 2024-07-30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11:3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풀무원(017810)이 지난 2019년 발행한 전환사채를 중도상환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해당 사채는 발행 후 만 5년이 되는 날부터 가산금리가 붙는다는 특성이 있다. 앞서 풀무원은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이로 인해 차입금과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이자율 경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사진=풀무원)
 
이자비용 약 17억원 경감 효과 기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은 약 700억원 규모의 제7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아 일시적인 부채비율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금리 부담 확대와 추후 차환 작업 미 이행 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상존한다.
 
이번에 발행되는 제72회차 신종자본증권의 연리이자율은 6.7%로, 향후 2054년 7월24일까지 3개월마다 연 이율의 4분의 1씩 분할해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 연간 이자비용은 약 47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지난 2019년 발행했던 제66회차 공모 신종자본증권 전환사채를 상환해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의 이자율은 당초 4.8%였으나, 만 5년째를 맞이한 오는 9월30일부터 5년만기 개별민평 수익률에 가산금리 3.762%(1.262%+2.5%)가 적용된다. 풀무원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이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시 'A-' 등급과 같은 민평수익률이 적용된다. A-등급의 5년 만기 무보증 공모회사채의 민평수익률은 24일 기준 5.353%로, 가산금리 적용 시 이자율은 9.115%로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 해 이자비용만 약 64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 시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연간 약 17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이 절감되는 셈이다.
 
풀무원의 이자부담은 이미 과중한 수준이다. 앞서 올해 1분기 말 계열사를 포함한 풀무원의 채무증권 발행 실적은 4155억원에 달했다. 이자율은 2%에서 7.90%를 오갔다. 이에 동기간 이자비용은 169억원을 기록, 영업이익(157억원)을 넘어서면서 이자보상배율은 0.93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배 미만일 경우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앞서 풀무원은 2022년에도 이자보상배율 0.67배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1.1배로 회복되는 데 그쳤다. 
 
  
낮은 유동성과 투자비용에 부담 여전 
 
이자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자금 조달의 필요성은 높은 상황이다. 1분기 말 잉여현금흐름(FCF)은 410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재차 적자전환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나타내는 지표로, 적자로 전환할 경우 외부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앞서 FCF는 지난 2022년까지 적자를 지속해왔다. 2019년 276억원 유출됐던 FCF는 2020년 379억원, 2021년 958억원, 2022년 501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유출됐다. 지난해에는 684억원 유입됐지만, FCF 유출이 이어지면서 2019년 말 5071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9401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 말에는 1조305억원을 기록하며 급기야 1조원대를 돌파했다.
 
NICE신용평가 등은 풀무원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외 신·증설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신종자본증권 상환 등으로 계열 현금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에도 계열 전반의 이익창출력 개선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원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향후 풀무원 계열 전반의 이익창출력 개선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정규모 이상의 자본적 지출(CAPEX)가 지속될 것"이라며 "현금흐름 개선폭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풀무원은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오면서 차입금과 부채부담이 심화됐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말 334.51%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200%를 돌파한 220.57%를 기록한 이후 2020년 말 230.17%, 2021년 말 233.91%, 2022년 말 274.87%, 지난해 말 325.78%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풀무원의 자산총계는 2021년말 1조9694억원에서 2024년 1분기말 2조1616억원으로 지속 증가 추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채 증가폭이 2021년 1조3796억원에서 2024년 1분기 기준 1조6641억원으로 20.62% 늘어나며 자산증가폭(9.76%)를 상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2년에는 핵심계열회사인 풀무원식품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계열회사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1년 만에 부채비율이 약 40.96%포인트 급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자본으로 분류된 상환전환우선주 864억원 상환, 올해 1분기에는 종속기업 소유지분변동에 따른 자본규모 647억원 감소 등 1회성 요인에 영향을 받아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는 지난 2022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이후 올 1분기 말 57.0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이 1조433억원에서 1조2338억원으로 급증하면서다.
 
이와 관련, 풀무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타이트한 자본적지출(CAPEX) 규모 관리와 하반기 해외사업 수익성 지속 개선을 통한 잉여현금 창출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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