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24, 계륵 전락한 필웨이에 '골머리'
5년째 자본잠식 지속…영업권손상차손누계 334억원 기록
인수 첫해 대비 매출 비중 4.02%포인트 감소하며 1%대 '뚝'
티몬·위메프발 이커머스 기업가치 하락에 매각 '오리무중'
공개 2024-08-2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6일 15:4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카페24(042000)가 수년째 필웨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답보상태가 이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웨이는 지난 2018년 연말 약 290억원을 들여 인수한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지난 2020년 이후 지속적인 실적 하락과 이로 인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에 이르는 자본잠식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필웨이의 영업권손상차손 누계액이 3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카페24)
 
인수 5년째 '제자리걸음'…지난해 무형자산 손상 124억원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필웨이가 카페24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그쳤다. 하지만 영업손익으로 보면 지난해 31억원 손실 중 22억원 손실이 필웨이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체 비중에서 70.97%에 달하는 수치다.
 
카페24가 지난 2021년부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필웨이를 포함한 종속기업의 손실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카페24는 지난해 연간 별도기준 영업이익 29억원, 당기순이익 55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연결 영업이익은 3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별도보다 63.64%(약 35억원) 적은 20억원에 그쳤다. 자회사 실적 부진이 연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연결대상 종속기업의 당기순손실은 필웨이와 그 종속회사가 49억원으로 가장 컸고, 운송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 패스트박스와 그 종속회사가 18억원 순손실, 웹디자인제작 등 사업을 하는 필리핀법인이 16억원 손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필웨이의 영업손실이 2년째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영업권손상차손누계액은 344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도 이 같은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8억원에 이르던 순손실은 올해 13억원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를 유지 중이며, 매출액은 41억원에서 2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카페24는 지난 2018년 12월 약 290억원을 투입해 필웨이를 인수했지만 별 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필웨이의 연간 매출액은 인수 이전인 2018년 143억원에서 인수 직후인 2019년 14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2020년에는 148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후 2021년 138억원, 2022년 101억원, 2023년 70억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카페24의 매출액은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필웨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54%에서 지난해 말 2.52%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로 나타났다.
 
외형이 축소되면서 2022년부터는 필웨이의 영업이익도 27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누적된 적자로 인해 필웨이의 자본잠식도 심화되고 있다. 2019년 자본총계가 처음으로 48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보인 이후 2020년 14억원, 2021년 33억원, 2022년 59억원, 2023년 109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22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필웨이 매각 '오리무중'…카페24, 운영효율화에 집중
 
당초 카페24는 필웨이 매각가를 1200억원으로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3년 가까이 새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매각가는 그 이하로 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명품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커머스 플랫폼 업계 1위로 알려져 있는 발란 역시 업계 출혈 경쟁 심화로 인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기업가치가 1년새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22년 약 8000억원까지 거론되던 발란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3000억원까지 줄었다. 
 
발란·머스트잇과 명품 커머스 3대장으로 불리는 트렌비는 최근 전환사채(CB)를 주당 20만8721원에 발행하면서 업계에서는 트렌비의 기업가치를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2년 만에 기업가치가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트렌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402억원으로 필웨이 보다 5.74배 많고, 이용자수도 4배 이상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웨이의 기업가치의 하향 조정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모바일인덱스가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준 사용량을 살펴보면 최근 1년간 트렌비의 월 평균 사용자 수는 8.7만명에 달하는 데 반해 필웨이 월평균 사용자 수는 2만명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최근 티메프(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형 이커머스 업체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올 상반기 들어 카페24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필웨이로 인한 연쇄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페24는 비용효율화와 유튜브 쇼핑 연동서비스를 통해 인플루언서 영입을 확대하면서 올 상반기 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기간 당기순이익은 75억원으로 만일 필웨이를 매각했다면 관련 당기순손실 13억원이 제외되면서 단순 계산 시 88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카페24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98억원이었다.
 
이에 <IB토마토>는 필웨이와 카페24측에 향후 필웨이에 대한 매각진행 상황과 운영 계획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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