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SC제일은행이 시장 점유율 하락에 큐텐 계열사 관련 논란에도 휘말렸다. 은행업권에서 차지하는 여·수신의 잔액이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지위도 낮아지고 있다. 수익 창출을 위한 기초체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미수금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본점.(사진=SC제일은행)
시장점유율 하락 곡선
27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총수신 점유율은 2.91%다. 지난해 말 3.21%에 비해 입지가 좁아졌다. SC제일은행은 씨티은행이 리테일 업무 철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한 외국계 은행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치를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SC제일은행 상반기 말 총여신은 38조879억원이다. 지난해 말 42조1800억원에 달하던 여신규모는 6개월만에 9.7%가 빠졌다. 6월 말 기준 기업 대출이 13조7901억원, 가계대출이 24조1621억원, 신용카드가 1357억원 규모다. 기업 대출을 비롯해 모든 대출 부문에서 규모가 줄어들었다.
지난 1분기 총여신은 39조9263억원으로, 점유율은 2.7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시중 4대 은행이 각각 ▲국민은행 26.69% ▲신한은행 23.63% ▲우리은행 22.12% ▲하나은행 23.97%을 기록해 큰 차를 보였다. 특히 6월 말 총여신이 줄어 점유율은 1분기 말 기준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원은 대출에서 비롯되는 이자수익이다.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익 창출 기반이 좁아진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자연스럽게 수익성 제고 가능성도 하락한다.
이자수익도 감소했다. 2분기 SC제일은행의 이자수익은 314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09억원보다 168억원 줄어든 규모다. 연이어 줄어드는 분기 실적에 상반기 이자수익도 같은 기간 6716억원에서 6357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상반기 당기순익은 올랐다. 이자수익이 줄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성장에 성공한 것은 환율변동손익 덕분이다. 일회성이다. 환율변동손익은 화폐성 외화자산과 부채를 환율을 적용했을 때 장부가의 차이를 뜻한다. 올 상반기 SC제일은행의 환율변동손익은 58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50억원의 환율변동손실을 기록했으나 양수(+) 전환에 성공했다.
수익 기반 악화에 건전성도 말썽
수익 제고를 위한 기반이 약해지는 데다 건전성도 말썽이다. 6월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3%다. 이중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에 대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0.63%, 0.32%다.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개선세를 보인데 반해 가계 대출 건전성은 지난해 말 대비 6개월만에 0.09%p 상승해 총여신에 대한 고정하여신비율도 0.04%p 올랐다.
가계대출 중 무수익여신도 급격히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6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된 대출 등 전액 상환 가능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을 뜻한다. 6월 말 SC제일은행의 가계대출 무수익여신은 533억원이다. 지난해 말 462억원 대비 15.4%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액은 감소한 반면 무수익여신이 증가한 탓에 무수익여신비율도 빠르게 올랐다. SC제일은행의 가계대출 무수익여신비율은 0.16%에서 6개월 만에 0.06%p 올라 0.22%로 상승했다. 연체율도 높아졌다. 6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연체율은 0.2%, 가계대출 0.37%, 신용카드채권 0.8%로 총채권 대출 연체율은 0.33%를 기록했다.
일반 대출뿐만 아니라 선정산 대출 문제도 터졌다. 선정산 대출이란 전자상거래 플랫폼 입점 판매자가 판매 대금을 은행으로부터 미리 대출로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대출 방식을 일컫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SC제일은행의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7억원이다. 이 가운데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1억50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큐텐 계열사들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 부실채권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일반 대출에서도 건전성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추가 부실이 발생하게 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 건은 큐텐 계열사가 이미 신용도가 낮은 상황에서 실행돼 신용위험가중자산을 증가시켜 자본적정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신용위험가중자산은 위험가중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BIS자기자본비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경우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손충당금은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당기순이익을 깎는 주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의 상반기 대손충당금은 3758억원이며, 원화대출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2935억원으로 비중이 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따로 설정하지 않았던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360억원 규모로 발생했다.
SC제일은행이 큐텐 사태에 대해 금전적 지원을 실행하기로 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이 추가적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SC제일은행이 선정산대출인 파트너스론의 차주를 대상으로 정산 이연에 따른 대출이자와 7월 기준 3개월간의 대환대출 이자도 지원하기로 해서다. 이는 당장 비용이 지출될 뿐만 아니라 만기 연장도 부실을 잠시 이연할 수는 있으나, 건전성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IB토마토>는 SC제일은행에 점유율 상승 방안과 큐텐 계열사 사태의 영향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