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은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신약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이전(L/O)을 핵심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L/O 성과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L/O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IB토마토>는 이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L/O 전략과 매출 확보 계획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가 활발한 R&D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L/O 부재로 인해 기업공개(IPO) 당시 설정한 목표 실적과 멀어지고 있다. 상장이래 신규 L/O 계약을 획득하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유일한 성과였던 유한양행과의 계약까지 해지된 까닭이다. 당초 올해부터 PHI-101-AML 등 주력 파이프라인의 L/O를 이룬다고 선포했던 만큼, 회사는 성과 도출에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사진=파로스아이바이오 홈페이지 갈무리.)
상장 이래 신규 L/O 계약 '0건'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로 6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연도 동기(45억원)보다 늘어난 수치로, 신약개발을 위해 활발한 R&D 투자를 진행 중인 결과로 해석된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 2023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이다. 자체 구축한 AI기반의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한 희귀 난치성 질환 중심의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진심인 만큼, 다수의 연구개발 품목도 보유하고 있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PHI-101-AML(급성골수성백혈병)와 △PHI-101-OC(난소암)를 필두로, 이외 △PHI-201(비소세포폐암 및 고형암) △PHI-301(전이성 난소암) 등 총 11개의 품목에 대한 R&D 활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파이프라인을 내세워 IPO에 성공했지만, 상장 이래 단 한 번도 신규 L/O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서 회사는 PHI-101과 PHI-201, PHI-501(대장암 등) 등의 L/O 가능성에 기대를 걸며 기술료 수익을 내고자 했다.
L/O 수익 모델을 토대로 구체적인 목표 실적도 설정했다. 상장해인 2023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각각 5억원, 146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2024년 매출 확대를 거쳐 올해는 매출 551억원을 달성해 영업이익(229억원)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예상은 빗나갔다. 상장 이후 추가적인 L/O 계약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지난 2년간 매출액은 0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97억원에 그쳤고, 오히려 직전연도 동기(77억원)보다 악화됐다.
기존 계약의 해지도 적신호로 나타났다. 앞서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 2022년 유한양행을 대상으로 PHI-201에 대한 L/O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금액은 비공개였으나, 선급금으로 3억원을 수취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유한양행은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신약개발은 호흡이 길다 보니 기술이전과 상업화 시점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사업이며, 임상진행 속도와 규제 환경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사업 계획과 매출 목표가 조정될 수 있다"라며 "각 파이프라인의 최대 부가가치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기 위해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각 단계별 마일스톤을 설정해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PH-101-AML 등 L/O 전략…자금 여력도 문제없어
이 같은 상황에서 파로스아이바이오는 PHI-101-AML 등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L/O 계획을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열린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에서 PHI-101-AML의 임상 1상 종합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이후 JP모건 헬스케어 참가 등을 통해 글로벌 L/O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는 임상 2상과 함께 글로벌 L/O 병행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상반기를 발현 시점으로 예측하고 있다.
PHI-501에 대한 임상 계획도 전했다. PHI-501은 BRAF, NRAS 돌연변이 난치성 대장암, 악성 흑색종 등 난치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갖는 치료제다. 현재 올해 1분기 이내 임상 1상에 대한 임상시험승인계획서(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적 시점인 내년 하반기에 L/O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나, 빠르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내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R&D 결실인 상용화도 목표로 제시했다. PHI-101의 L/O 뿐만 아니라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조기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해당 제품의 경쟁 제품은 일본 아스텔라스의 갈테리티닙(조스파타) 뿐이다. 이에 오스코텍의 렉라자 사례와 같은 지속적인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주력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완료 후, 그동안 기초 연구기관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공동 연구개발해온 신규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기술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모든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까지 직접 진행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후보물질 이전 단계에서 다양한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유동성도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회사가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72억원이며, 유동비율도 2932%에 달한다. 소유한 자금을 온전히 기업 운영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Ph.D.는 "향후 1.5년간의 소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임상 개발을 통해 플랫폼 유용성을 입증한다면 파이프랑니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