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은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신약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이전(L/O)을 핵심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L/O 성과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L/O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IB토마토>는 이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L/O 전략과 매출 확보 계획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상장 6년 차에 접어든
압타머사이언스(291650)는 L/O 성과가 더욱 절실한 기업 중 하나다. L/O 계약이 전무한 가운데, 관리 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올해부터 매출액 30억원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꼽은 분석 서비스 사업에서도 유의미한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어, 본업에 대한 빈자리가 도드라졌다. 이에 회사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R&D 투자에 쏟으며 'AST-201' 중심의 L/O 성과에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사진=압타머사이언스)
기술이전 '전무'…신사업도 '천리길'
6일 압타머사이언스에 따르면 회사의 기술이전 계약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타머사이언스는 △AST-201(적응증: 고형암) △AST-202(고형암·혈액암) △AST-203(고형암) 등 약 5개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한 R&D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L/O 계약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 2020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신약 개발 전문 기업이다. 압타머 기술 플랫폼을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과 공동 개발 등을 수익 모델로 삼아왔다.
통상 바이오 기업들은 L/O 등을 통해 기술성 입증과 매출 확보를 꾀한다. 그러나 압타머사이언스는 올해 상장 6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배출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10억원을 하회하는 매출까지 지속됐다.
현재는 국내외 주력 제약회사들과 기술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문제는 당장 급한 불인 '매출액 30억원 이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해까지 5년간 각종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대한 면제 기간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모든 유예 기간이 종료됐다.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는 반드시 매출액 30억원을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압타머사이언스의 매출액은 1억627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연도 동기(1억1957만원)보다 개선되긴 했으나, 상장해인 2020년부터 이어진 매출 30억원 미만을 돌파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치다.
압타머사이언스가 매출액 요건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의약품 분석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중 분석 서비스 사업의 비중은 44.1%를 차지했다. 그러나 매출액은 30억원 턱을 넘기에 부족한 7169만원에 그쳤다.
압타머사이언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사업 모델은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의 L/O지만, 매출 발생 시점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별도 사업을 확보했다"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다수에 서비스를 제공한 이력을 토대로 더욱 적극적으로 영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숨 돌린 재무안정성…AST-201 기대감 '증폭'
압타머사이언스는 가장 빠른 L/O 성과를 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으로 AST-201을 꼽았다. 이는 표적 약물 전달 항암제로, 간암과 폐암 등 GPC-3 양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갖는다. 현재 식약처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승인(IND)을 얻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AST-201의 예상 기술료 수익 발생 시점은 올해다. 공시에 따르면 압타머사이언스는 AST-201의 임상 1상 개념증명(POC) 데이터 기반의 기술이전에 따른 기술료 수익 371억원을 추정했다.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기술이전 전무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매출 위험에서도 당분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다행히 최근 AST-201에 대한 유의미한 평가를 얻었다. 전홍재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AST-201에 대해 "간암 환자의 80%에서 발현되는 GPC3 타겟을 공략하는 매우 효율적인 신약 후보물질"이라고 언급했다.
결실을 맺기 위한 선제적인 작업도 진행했다. 앞서 압타머사이언스는 '자본총계의 50% 이상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3년간 2회 이상'과 '자본잠식' 요건에 노출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72억원의 자금을 조달 받아 자본 확충을 이뤘고, 위험에서 한숨 돌렸다.
조달한 자금도 재무안정성과 파이프라인 강화에 사용한다. 압타머사이언스에 따르면 84억원을 제1회차 전환사채(CB)를 상환한다. 이외 절반이 넘는 금액은 R&D 투자에 쏟는다. 구체적으로 ApDC 혈액암 치료제 'AST-202'에 오는 2026년까지 18억원을 투자한다. 이외 △AST-201(36억원) △AST-203(29억원) △ApDC 플랫폼(4억원) 순이다.
압타머사이언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고형암으로도 유효성을 입증한다면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밖에도 시장에서 다양한 신규 모달리티에 관심이 높아져 압타머에 대한 협업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코오롱제약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췌장암 치료제 'AST-203' 등을 기반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