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
대성파인텍(104040)이 올 상반기 현금창출력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 내몰리며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업에서 발생하는 영업현금으로는 투자와 차입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운데, 적자 상태인 모노리스와의 합병 및 테마파크 사업 진출까지 추진하면서 재무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대성파인텍)
상반기 적자 전환…현금흐름 ‘역주행’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성파인텍은 올 상반기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5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억원으로 전년 동기 –2.5억원 대비 유출 폭이 크게 확대됐다.
투자 지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올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8.8억원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회사는 올 상반기 자본적지출(CAPEX)만 44억원을 집행했지만,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으로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56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가운데 부채 부담은 빠르게 불어났다. 상반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7억원에 불과했지만, 단기간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그보다 훨씬 많다. 사채를 포함한 유동차입금은 119억원, 유동성장기부채 18억원, 유동성전환사채 33억원 등 총 207억원에 달했다. 이는 사실상 단기간 내 갚아야 할 돈이 현금 보유액의 5배 이상이라는 의미다. 순부채 규모도 커졌다. 대성파인텍의 순부채는 지난해 말 148억원에서 올 상반기 207억원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차입 의존도가 확대된 것이다.
CB 발행으로 98억원 조달…한계기업 인수에 투입
자체 현금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성파인텍은 결국 외부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총 98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3회차 CB 발행을 통해 70억원, 4회차 CB 발행으로 28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만기는 모두 2029년으로 4년물이며, 투자자들은 이달 18일부터 주당 1253원의 전환가액으로 대성파인텍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
조달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모노리스 인수에 투입된다. 구체적으로 70억원 규모 CB는 모노리스의 증권 취득 자금으로, 28억원 규모 CB 중 15억원도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 나머지 13억원만이 운영자금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대성파인텍이 인수·합병하려는 모노리스의 재무 상태도 부실하다는 점이다. 모노리스는 ICT 융복합 기반 테마파크 콘텐츠 기획 및 어트랙션 개발 기업으로 ‘9.81파크 제주’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만큼 수익성이 취약하다.
모노리스의 순부채는 지난해 말 423억원에서 올 상반기 495억원으로 17%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3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성파인텍과 마찬가지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차입 의존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재무부담이 배가될 가능성이 크다.
대성파인텍은 지난 7월 주주총회를 통해 모노리스와의 합병을 승인받아 M&A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자동차 부품 사업에 더해 테마파크 콘텐츠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성파인텍은 이번 합병을 통해 모노리스의 독자적인 테마파크 콘텐츠와 자사의 제조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프랜차이즈 확장까지 노리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점 등을 통한 장기 성장 가능성 확보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냉랭하다. 테마파크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두 적자 기업이 수익이 날 때까지 막대한 투자비와 부채상환 압박 등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대성파인텍은 지난해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수익성 회복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창출력이 거의 없는 기업을 인수하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동반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는 점은 재무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현재 대성파인텍의 최대 과제는 본업 수익성을 회복하고 현금흐름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CB 발행으로 단기 자금 조달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B토마토>는 대성파인텍 측에 모노리스와 합병 시 늘어나는 부채 규모와 투자금을 어떻게 감당할 계획인지, 추가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있는지, 투자금 회수 시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지 등을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