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에폭시·폴리올 수지 전문기업
국도화학(007690)이 올 상반기 실적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자발생부채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인 데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어 회사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도화학 본사 전경. (사진=국도화학)
영업활동현금흐름 ‘플러스’ 전환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도화학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678억원으로 전년 동기(6392억원) 대비 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97억원으로 전년 동기(117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며 수익성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일부 수요 산업의 성장세가 제한적이었지만, 주요 제품군의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 노력이 맞물리며 호실적을 냈다.
순이익 역시 안정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회복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마이너스(-) 275억원을 기록했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플러스(+) 145억원으로 전환됐다. 이는 현금창출력이 회복세에 들어서며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현금흐름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부담은 여전하다. 올 상반기 국도화학의 자본적지출(CAPEX)은 204억원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 145억원을 웃돌았다. 이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은 -59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라는 것은 현금창출력 대비 투자 부담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이자발생부채 규모도 과중하다.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국도화학의 이자발생부채는 단기차입금 2791억원, 유동성장기부채 439억원, 장기차입금 823억원, 사채 699억원 등 총 4752억원에 달했다. 반면 보유 중인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10억원에 불과하다. 유동자산의 기타투자자산 1381억원을 현금및현금성자산 액수와 합해도 2091억원으로 이자발생부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과중한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이자비용은 125억원으로 영업이익(297억원)의 42.1%에 달하는 수준이다.
교환사채 발행…‘미국 투자 자금 확보’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도화학은 최근 302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회사는 최근 국도화학은 301억8369만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보유 중인 자사주 67만4496주(전체 지분의 7.28%)이며 교환가액은 주당 4만4750원으로 책정됐다. 사채 만기는 2030년 9월3일이다.
국도화학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 전액을 내년부터 2028년까지 해외법인 설비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에폭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해외법인 설비투자가 필요하지만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국도화학의 투자 행보는 특히 북미 지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도화학은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해 현지에서 직접 에폭시수지를 제조·판매하는 구조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도화학은 이미 지난 4월 지주사 성격의 국도인터내셔널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미국 휴스턴에 ‘국도케미칼 테크놀로지(Kukdo Chemical Technologies, Inc.)’라는 생산법인을 신설했다. 기존 미국 현지 법인인 국도케미칼 아메리카가 판매업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새 법인은 제조업을 포함하고 있어 생산공장 건립이 유력해 보인다. 실제로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에 휴스턴 플랜트 설계 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도화학은 채용 공고를 통해서도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 7월 ‘미국 생산법인 통역사 채용 공고’를 내며 “미국 휴스턴 지역 건설 프로젝트 경험자”를 우대사항으로 명시했다. 이는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북미 생산 거점 구축의 배경에는 현지 시장의 빠른 성장세가 있다. 미국 판매법인 국도케미칼 아메리카는 올해 상반기 매출 838억원, 순이익 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1%, 200.8% 성장했다. 이는 인도법인보다도 빠른 성장세로, 생산공장을 보유할 경우 원가 절감과 공급망 최적화에 따른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금창출력에 비해 투자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빨라 이자발생부채 관리와 이자비용 부담 완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영업이익이 두 배 성장했지만,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재무적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도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자발생부채의 경우 대부분 매출채권에 의해 발생한 차입금으로, 채권 회수 전 현금성자산을 당겨쓸 수 있지만 그에 따라 이자비용이 발생하기는 한다. 단기성부채는 매출채권 회수 및 결제 주기가 도래하면 자연스럽게 상환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북미 생산법인 등에 대한 투자금 추가 조달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투자를 위한 추가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추후 공시를 참고해달라"라고 짧게 답변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