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광명전기(017040) 최대주주가 나반홀딩스에서 엠에이치건설로 바뀐다. 나반홀딩스는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으로 지분 양도를 통해 200억원을 수혈, 무궁화신탁 정상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명전기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이 체결됐다고 2일 공시했다. 현 최대주주인 나반홀딩스가 지분 15.02%와 경영권을 엠에이치건설에 양도한다는 내용이다. 엠에이치건설은 계약이 체결된 2일 30억원을 지급했고 오는 30일 170억원의 잔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광명전기(사진=광명전기)
나반홀딩스, 인수 1년 만에 재매각
나반홀딩스가 광명전기의 경영권을 인수한 지 약 1년 만에 매각한 이유는 오 회장의 계열사들이 줄줄이 실적 악화로 인해 경영난에 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69%까지 떨어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고, 무궁화신탁의 계열사인 케이리츠투자운용과 현대자산운용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무궁화신탁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가 최소 600억원, 자본확충 목적으로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고려하면 NCR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실제 필요 자금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처럼 급하게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광명전기는 실적 악화까지 겹쳐 매각 금액이 크게 떨어질 수 있었지만, 엠에이치건설은 당장의 실적 악화에도 코스피 상장사의 최대주주라는 점, 건설과 전기설비 시너지 등을 고려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후하게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덕분에 오 회장은 광명전기의 실적 악화에도 사실상 손해 없이 경영권을 넘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나반홀딩스는 광명전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총 385억원을 지불했지만, 곧바로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실질적으로는 134억원 정도만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나반홀딩스는 지난해 4월 광명전기 지분 649만6572주(14.99%)를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던 당시 최대주주 조광식 회장과 이재광 회장으로부터 각각 180억원, 205억원에 사들이면서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러나 나반홀딩스는 곧바로 지분 6%를 케이와이에이치홀딩스에 매각하면서 81억원을 회수했고, 같은 날 피앤씨테크가 170억원에 무궁화신탁의 주식 14만1667주(3.65%)를 170억원에 매입하면서 큰 현금 지출 없이 광명전기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명전기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엠에이치건설이 경영권 프리미엄 대가를 무리하게 지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명전기는 최근까지 주가가 1000~2000원대를 오가고 있는 데다, 2023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이후 손실 규모가 더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명전기 지분 양도 계약을 주당 매각 가격으로 환산하면 3073원으로, 조 회장과 이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주당 취득 단가가 각각 2770원, 3156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엠에이치건설이 1년 전보다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산 셈이 된다.
엠에이치건설, 자산 규모 10배 광명전기 인수 '우려'
문제는 최대주주인 엠에이치건설의 자산 규모가 광명전기에 한참 모자라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엠에이치건설의 자산 규모는 149억원, 자본금은 12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408억,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다. 반면 광명전기의 자산 규모는 1427억원으로, 단순 비교하면 자산 규모 차이만 약 10배에 달한다.
이번 광명전기 지분 양도계약에 따른 잔금 170억원을 지불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이 99억원에 달하지만, 당장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10억원에 불과하다.
경영권 인수 후 전망도 밝지는 않다. 광명전기는 2022년 46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023년 –23억원으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에도 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규모는 2023년 109억원에서 지난해 –432억원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배전반 부문 외에도 공사수익, 태양광발전시스템 등에서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도 있지만, 부실채권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막대한 손상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광명전기는 지난해 총 22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2022년 4.76%에서 2023년 17.39%, 지난해엔 39.77%까지 상승했다. 연체된 일수에 따라 적용된 수치로, 전체 매출채권 규모의 약 40%는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광명전기 매출채권은 498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만기가 지난 매출채권이 215억원, 연체가 30일을 넘긴 물량도 126억원에 달했다. 이 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관련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채무인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추정액 188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 광명전기는 정왕동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 전주시 효자동 본아르떼 공동주택, 평택 에스제이 물류센터, 양주시 옥정동 오피스텔 등의 사업에 대한 책임준공기한 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해 채무인수의무가 발생된 상황이다.
자산 규모도 2023년 1872억원에서 지난해 1427억원으로 445억원가량 축소됐다.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도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97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274억원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광명전기와 엠에이치건설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