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국민은행이 지난 1분기 가계대출이 나머지 시중은행을 제치고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마냥 편치는 않다.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가계대출이 일시적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2년 넘게 지속되던 고금리 시대도 저물고 있어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민은행 본점(사진=국민은행)
가계 대출 증가폭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커
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1분기 원화가계대출은 179조1000억원이다. 전년 말 176조8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증가율은 1.3%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늘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커졌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가계 대출이 줄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0.6% 증가했으며 우리은행은 0.4%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비율 상 –0%로 기재돼 있으나, 317억원 감소했다. 특히 1년간 증가폭도 국민은행이 가장 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 올랐다.
1분기 4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는 갈렸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증가세는 뚜렷하다. 1월부터 4월까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커졌는데 이 중 은행에서 9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대출은 4월 4조8000억원 증가해 전월 대비 3조1000억원가량 확대됐다. 금융업권에서는 5월 증가액은 4월 대비 증가한 6조원을 넘겼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지난 3부터 5월 두 달 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8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 대출이 4월 들어 특히 증가한 것은 3단계 스트레스 DSR에 따른 대출 한도 축소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란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금리를 덧붙이는 제도다. 가계대출 차주에 대한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채무 부담 위험을 완화시키고 가계부재의 양적·질적 개선을 기대효과로 꼽는다.
금융당국은 총 3단계에 걸쳐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다. 지난해 2월 0.38%를 시작으로 오는 7월1일에는 스트레스금리 100%인 1.5%를 적용한다. 지방 주택담보대출의 경우는 0.75%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대출 증가는 3단계 시행 전 수요 쏠림 현상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도 시행에 따라 대출 한도 축소를 예상한 차주들이 미리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차주 별로 구체적 한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금융당국 시뮬레이션 상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단계 대비 대출 한도가 1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봤다.
금융권에서는 다음달까지 수요가 이어질 예정이나, 선제적인 자금 확보 수요가 늘어난 만큼, 제도 시행 이후에는 가계 대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제도 영향으로 한도가 줄어드는 영향도 있겠으나, 미리 자금을 확보하는 차주가 많아 대출 건수나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다만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양적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성장 둔화 전망…수익 다변화 필요
3단계 DSR 시행으로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도 자연스럽게 둔화될 전망이다. 이자 수익은 이미 실행된 대출 건에서 발생되기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하다. 그러나 은행의 기본 수익원이 이자수익인 만큼 성장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은 4대 시중은행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108조7000억원, 일반 자금이 70조4000억원을 차지한다. 지난해 가계대출 성장률은 6.17%, 주택관련 대출 성장률은 8.24%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국민은행의 가계 대출은 줄곧 성장했다.
여신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올 1분기 국민은행 가계대출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를 넘겼다. 가계대출 성장 둔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신한은행 38% ▲우리은행 43% ▲하나은행 44% 등 타 은행은 국민은행 대비 비중이 낮아 가계대출 변동에 따른 영향이 비교적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기준 금리 인하 전망에 따라 이자수익 감소도 예상된다. 지난달 우리나라 기준 금리는 2.75%에서 2.5%로 하락했다. 지난 2022년 8월 이후 가장 낮다.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에 순이자이익으로만 2조5967억원을 벌어들였다. 기준금리가 즉각적으로 시장금리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차차 적용될 것으로 보여 이자수익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1분기 순이자마진만 하더라도 1.76%로 전년 동기 대비 0.11%p 하락했으며,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0.04%p 낮아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자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를 넘어 장기적인 수익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임베디드 금융을 통한 비금융 업체와의 제휴, 자산관리와 플랫폼 사업 확대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등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