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사조산업(007160)이 자사주를 최대주주에 넘겼다. 처분 규모는 3억원 수준으로 주가 희석 측면에선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오너의 경영권 승계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조산업의 지분을 최대주주 회사에 매각하는 것은 단순한 현금 마련 수단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조산업은 최대주주 사조시스템즈에 자사주 7000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가액은 주당 이사회 결의일 전일 26일 기준 종가 4만5500원으로 총 3억1850만원이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사조산업은 처분 목적을 기업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처분 금액이 3억원에 불과하고 경영권 승계 잡음을 고려하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조산업은 사조그룹의 수산업 계열사다. 매출액은 어육 가공품을 생산하는
사조대림(003960)이나 제분업체인
사조동아원(008040)보다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 최대주주로 사조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는다. 사조산업 최대주주는 사조시스템즈로 전체 지분 중 29.80%를 보유하고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좌)과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우) (사진=사조그룹)
현재 대표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1979년부터 15대·16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제외하고 2022년까지 그룹을 이끌어왔다. 주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사조시스템즈 지분의 57.32%를 가진 그는 지난 2022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 이후 식자재 유통업체 푸디스트, 전분당 제조사 사조CPK 등 7개 식품·유통 회사를 인수하며 외형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2023년부터 사조산업의 실적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사조산업 매출은 6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하고 239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9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사조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차기 오너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못한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진=사조산업)
실제 사조산업은 지난 2021년 소액주주의 반발로 사조산업 산하 골프장 '캐슬렉스CC 서울'과 주 부회장이 소유한 '캐슬렉스CC 제주'의 합병안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자본잠식에 빠진 케슬렉스제주의 손실을 사조산업이 떠안는 결정에 반발해 소액주주 운동과 더불어 소송전에 돌입했었다.
이에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현재 비상장 회사인 사조시스템즈가 사조산업을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경영권 승계 방안은 사조산업과 사조시스템즈 합병이다.
사조산업과 사조시스템즈의 합병은 지배구조 해결뿐만 아니라 합병 비율에 따라 주 부회장도 사조산업 지분을 추가 확보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사조산업의 기업가치가 낮고 사조시스템즈 기업 가치가 높을수록 주 부회장에게 유리하다.
이에 현재 진행된 사조산업의 사조시스템즈로의 지분매각은 사조시스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사조시스템즈는 지난 2024년 사조대림이 사조해표와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30만주를 주당 6만5000원에 취득한 바 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