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제도는 국내 증권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13년 도입됐다. 이후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대형 증권사들은 자금조달과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 쏠림과 업계 내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이제 종투사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증권사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종투사 제도의 현재와 그 파급효과, 그리고 증권업계의 대응 전략과 향후 시장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초대형IB와 발행어음 인가 8년 만에 증권업계 대형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수익성 격차가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 3분기 신규 초대형IB와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추진하며 제도 보완에 나섰으나, 자본 쏠림 현상으로 중소형사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초대형IB·IMA 인가, 3분기 카운트다운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감독국 산하에 발행어음·IMA 인허가심사TF(가칭)를 구성, 3분기 내 4조원(초대형IB) 및 8조원(IMA) 종투사 신청 접수를 목표로 7월부터 증권사들과 사전 협의를 시작한다.
(사진=IB토마토)
종투사 제도는 지난 2013년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투자은행 역량 강화, 기업 창업과 성장을 목표로 도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증권사를 대상으로 기업 대출(기업신용공여)를 허용해주는 것이 허용됐다.
이후 2017년엔 종투사 중에서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한해 초대형IB를 허가해주기 시작했다. 초대형IB는 기존 종투사 기업 신용공여 한도인 100%에서 200%까지 확대되고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당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 대해서는 종합투자계좌(이하 IMA계좌)도 도입됐다. IMA계좌는 발행 한도가 없고 고객 예탁금으로 기업금융 분야에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방식다. 하지만 당시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없어 명문상 도입에 그쳤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종합투자사 TF 운영은 내년 종투사 지정 심사 요건 강화 전 증권사들의 인허가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종투사 지정 핵심 요건은 자기자본·내부통제·이해상충 방지 체계에 그쳤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자기자본 기준 2분기 이상 충족, 대주주 제재 이력 요건이 신설된다.
자본 쏠림 부작용, 증권사 빈부격차 확대
금융당국이 처음 종투사 제도 도입과 초대형IB, 발행어음 인가를 도입했을 당시 목표는 증권사 대형화를 통한 모범자본 시장 공급이 주요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가를 받은 일부 증권사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서 증권사 간 빈부격차 문제가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4.3% 늘었다. 반면 자기자본이 1조원 미만인 소형 증권사는 같은 기간 순이익이 절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 증권사 간 수익률 변화 추이 (사진=SK증권)
이는 곧 재무구조 양극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10위 증권사의 순자본비율은 1589.2%로 직전 년도 대비 126.4%p 개선된 반면, 중형사 16곳의 순자본비율은 397.1%로 2.3%p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 자금의 차이가 증권사 간 사업 운영의 격차를 낳았고 이는 다시 재무구조 양극화로 이어져 다시 사업 운영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고금리에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진단이 나온다.
설용진
SK증권(001510) 연구원은 "2022년부터 급격한 금리 상승 영향으로 대형사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리스크를 넘기고 사업 전환이 이뤄진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부동산금융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사업 전환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형사의 경우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점진적으로 시장지위가 축소되며 도태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피할 수 없는 대형화…중소형사, 특화 전략으로 돌파구 모색
증권사 대형화는 결과적으로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생존을 위한 조건으로 여겨진다. 실제 금융당국의 신규 종투사 지정을 전후로 해 증권사들의 인가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됐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IIMA 사업 진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앞서 첫 제도 도입 당시만해도 자기자본 규모 8조원 이상 증권사가 없었지만 지난 2021년
미래에셋증권(037620)이 자기자본 8조원을 상회한 이래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자기자본 8조원을 돌파했다.
한편 초대형IB 진출도 열기를 띠고 있다. 초대형IB이지만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지는 못한
삼성증권(016360)은 발행어음업 인가를 위한 TF를 구성했고 신한·메리츠·하나·키움증권은 초대형IB 진출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자금력에서 한계가 있는 증권사들은 여전히 시장의 회복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형사의 경우 종투사 진출과 같은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것에 다소 한계가 있다“라며 “일부 사업부문에서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론 부동산 시장 변화와 같은 거시적인 시장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증권업계에 불고 있는 생존을 위한 대형화는 피할 길이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중소형사의 경우 대형사와 겹치지 않는 사업 영역 특화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보완와 중소형 증권사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현재로서는 대형 증권사의 종투사 진출과 발행어음 진출은 시장의 막을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고 이에 따른 증권사 규모 간의 격차 확대를 불가피해보인다"라며 "다만 중소형사들이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사업 축소는 대형사와 사업 영역이 계속해서 겹치는 방향성을 가져 사업 구조 개편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각 사별 특화할 수 있는 사업 개발과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