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신라젠(215600)이 우성제약을 인수하며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했다. 이로써 회사는 '매출 30억원 이상'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향후 회사는 커머스 사업부를 정리하고 우성제약을 제약사업부로 편입해 완제의약품 판매까지 가능한 연구개발 중심 제약기업으로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인수가 기존 파이프라인과 즉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신라젠)
즉각적인 매출 증가 효과 기대…관리종목 지정 리스크 해소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우성제약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조건은 코렌텍이 보유한 우성제약 지분 80%를 현금 90억원과 신라젠 전환사채(CB) 10억원으로 매입하는 조건이다. 잔여 20% 지분은 우성제약 조환우 대표 등으로부터 매입해 지분 전량을 확보했으며, 총 인수액은 125억원이다.
유전자 재조합 항암바이러스에 기반한 면역항암치료제 연구 및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신라젠은 지난 2016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특례 상장 기업에게 부여되는 '매출액 30억원 미만'의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대한 유예기간은 2021년을 끝으로 종료된 상태다.
신라젠은 유예기간 종료에 맞춰 새로운 매출원 확보를 위한 고민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사업인 항암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제 개발 사업 부문에선 2022년도 7500만원 매출을 끝으로 매출이 잡히지 않고 있다. 대신 회사는 커머스 사업그룹을 신설해 2021년도 사업보고서부터 기타사업부문 매출이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도 온라인, 홈쇼핑 등을 주요 채널로 생활용품, 건강기능식품 및 헬스케어 기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성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신라젠의 연매출은 2022년 50억원으로 집계된 이후 2023년과 지난해 39억원을 기록하며 30억원 이상 허들을 간신히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488.22%에서 -681.70%까지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라젠이 모색한 해법은 우성제약 인수다. 수액 전문 개발 기업 우성제약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인 프로파인퓨전주와 뉴아미노펜프리믹스주 등이 주력 제품이며 이외에도 항바이러스제와 필수 미네랄, 이부프로펜 주사제 등으로 제품군이 형성돼 있다. 주요 고객처는 3차 병원 등 대형병원이다.
우성제약의 실적은 상승세다. 매출은 2022년 52억원에서 2023년 8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도 8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부터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도 16.40%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라젠은 인수 후속 조치로 기업 간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합병 이후 우성제약 매출은 신라젠 매출로 인식된다. 이로써 즉각적인 매출 증가 효과가 기대되며, 회사는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로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털어내게 됐다.
제약바이오 기업 정체성 공고화…파이프라인 시너지는 글쎄
신라젠은 그간 매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영위해온 커머스 사업은 순차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본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커머스 사업은 점진적으로 정리를 해 나갈 것"이라며 "(커머스 사업은) 매출을 맞추기 위한 회사의 전략이었는데, 우성제약이란 매출원이 생겼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본업으로 완전히 사업을 일원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체적으로 임상용 및 시판용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신라젠은 우성제약을 제약사업부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기존 항암제 연구개발 전략을 유지하며, 완제의약품 개발·판매 기능을 보유한 연구개발 중심 제약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젠의 신약개발 매출 전략은 개발 완료 후 라이선스 아웃 등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다만, 주요 파이프라인의 개발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우성제약의 인수가 기존 파이프라인과 즉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빠른 개발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펙사벡'이다. 최종 진행단계를 살펴보면 신장암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 2상 환자 모집이 종료됐으며, 전립선암에 대해선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각종 고형암에 대한 면역항암제로 개발중인 'sj-600' 시리즈는 국내에서 전임상을 마무리한 단계이며, 표적항암제 'BAL0891'은 진행성 고형암 대상 임상 1상 환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성제약은 항균제, 항암 보조제, 관절염 치료제 등 제네릭 및 개량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 과제로 선정된 덱시부프로펜 수액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3년 이내에 개량신약으로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우성제약을 인수한다고 해서 바로 라이선스 아웃 결과가 언제 나온다 이렇게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일단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고, 개량신약으로 개발하는 덱시부프로펜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