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ABL생명이 올해 3분기 지급여력 지표인 K-ICS 비율을 소폭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분기에는 금리와 제도 영향으로 해당 비율이 크게 저하된 바 있다. 3분기에는 자본성증권 발행이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4분기 이후로 계리적 가정 변경, 보험부채 할인율 추가 적용 등 K-ICS 하방 요인이 산재해 전망이 부정적이라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3분기 K-ICS 비율 개선…자본성증권 발행 효과
26일 보험·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3분기 K-ICS 비율(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이 15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서는 100%를 규제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2분기 ABL생명의 K-ICS 비율은 144.5%였다.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 뿐만 아니라 업계 평균(220.6%)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상태였다. 당시 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변경 영향으로 1분기 대비 16.1%p 하락했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는 부채 가치가 자산보다 더 크게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부채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험부채 할인율 조정까지 겹치면서 더 큰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K-ICS 비율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방식으로 산출한다. ALB생명은 2분기 기준 요구자본이 9815억원, 가용자본이 1조4182억원이다. 자기자본 저하로 1분기 대비 가용자본이 줄어든 반면 요구자본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K-ICS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3분기에는 자본성증권 효과로 K-ICS 비율을 개선해 반전을 이뤘다. 지난 9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자본을 확충했고 그 결과 가용자본이 늘어났다. 발행 당시 ABL생명 측은 K-ICS 개선 효과가 20.4%p 정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저축성·적립이율 비중 탓에 대응력 미흡
ABL생명은 지난해 보험업계 회계·감독 체계가 IFRS17과 K-ICS로 바뀐 뒤 K-ICS 비율이 지속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186.0%였다. 이때와 비교하면 올 상반기는 무려 41.5%p 하락한 셈이다. 3분기 일부 회복된 점을 고려해도 크게 부진한 상태다.
금리와 제도라는 거시적 변수 외에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K-ICS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다. 보장성보험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나 저축성보험 비중이 여전히 높아서다. 저축성보험은 보험영업수익에 대부분 잡히지 않는 등 IFRS17 체계서 여러모로 불리한 상품이다. AB생명은 3분기 수입보험료 기준 저축성보험이 46.2%, 보장성보험이 40.3%로 나온다.
이 경우 보험계약마진(CSM)이 낮게 산출되는 점이 부정적이다. CSM은 보험부채에 해당하지만 장래 미실현이익인 만큼 K-ICS 계산에서는 가용자본으로 취급한다. 보장성보험 신계약이 CSM을 늘리는 핵심 요인이다. ABL생명은 3분기 기준 CSM이 9698억원이며, 보험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낮은 편에 속한다.
보유계약(부채)에서 장기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다는 점도 K-ICS 대응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ABL생명은 보험료적립금 가운데 적립이율이 4.5% 이상이고 잔존만기가 10년이 넘는 계약 비중이 27.5%다. 과거 팔았던 상품이 현재 금리 수준보다 고금리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인데 이는 곧 금리리스크로서 K-ICS 산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부채 할인율, 계리적가정 변경 등 부정 요인 산재
앞서 2분기 K-ICS 저하에 악영향을 미쳤던 외부적 변수가 4분기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문제다.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하락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다. 보험부채의 금리 민감도가 높은 ABL생명 입장에서는 금리만으로도 이미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상당히 크다.
보험부채 할인율의 경우 구성 요소인 장기선도금리, 최종관찰만기, 유동성프리미엄 등 내용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산출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것인데, 이러한 조정은 보험사 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자기자본은 감소하는 셈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연령별 손해율 등 보험 상품에 대한 계리적 가정을 조정한 것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IFRS17 체계서 보험사마다 들쑥날쑥한 부분을 손본 것이다. 상품 가정을 훨씬 보수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만큼 보험사는 주요 부채 항목(최선추정부채) 규모가 커지고 CSM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ABL생명은 4분기에 반영될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영향이 K-ICS 비율 –15%p에서 –20%p 정도로 크다”라면서 “K-ICS 관리 부담이 높은 편으로 경과조치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ABL생명은 이에 대비해 자본성증권 발행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후순위채 발행 잔액은 3분기 기준 3930억원이다. 자본성증권 외에 재보험사에서 공동재보험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으나 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BL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앞서 3분기 후순위채를 발행해 대응했던 것처럼 오는 12월에도 추가 발행할 예정”이라며 “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