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의 비은행 자회사가 그룹의 성과와 밸류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가계 부채 축소 압박 속에서 이들 자회사의 실적은 그룹 성장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각 금융지주의 비은행 자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그룹 밸류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가 계열사 시너지를 기반으로 밸류업 전략을 실행한다.특히 비은행 자회사 두 곳과 은행의 순익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 주식소각을 통한 효과도 도드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정 자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비은행 실적이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하나금융지주
자사주 소각 규모 효과 클 듯
26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3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17%다. 하나금융은 CET1 관리 목표를 13%에서 13.5% 사이로 설정했다. 하나금융의 CET1이 13%에서 13.5% 구간에 있다면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할 예정으로, CET1이 13.5% 초과시 초과 자본에 대해서는 주주환원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하나금융은 CET1 외에도 주주환원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밸류업 3대 핵심 지표로 정했다.
자사주 매입 등을 기반으로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율은 해를 거듭하며 꾸준한 오름세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율은 33%로, 2022년 27% 대비 6%p 상승했다. 하나금융의 현금배당은 9799억원, 자사주 매입은 1500억원 규모로 실행됐다. 올해 예정된 배당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자사주 매입 규모가 4500억원, 현금배당은 5090억원에 달한다. 특히 하나금융은 기존의 중장기 목표로 계획했던 주주환원율 50%를 오는 2027년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으로 주요 지표도 개선한다. 현재 유통 주식수는 2억8724만880주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3000억원을 소각했으며, 연간 총 4500억원 규모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통주식수가 가장 적음에도 내년부터는 매년 규모를 2000억원씩 늘리기로 했다.
유통주식수가 적은 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주식소각 효과는 타 지주 대비 클 것으로 보인다. PBR는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PBR가 낮을수록 기업의 성장력과 수익력이 높다는 뜻으로, 통상적으로 종목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
PBR의 분모가 되는 주당순자산은 순자산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눠 산출한다. 발행주식수가 적어질수록 주당순자산은 커지고, 주당순자산 값은 커지게 된다. 하나금융지주는 26일 전 영업일 대비 1.27% 하락한 6만2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PBR는 0.43배이다. 하나금융의 PBR는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아 자사주의 매입 소각에 따른 주당순자산 개선 효과가 가장 클 전망이다. 지난 3분기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주당순자산은 13만4568원으로 1년 만에 9.2% 올랐다.
이외에도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지주(316140) 등과 마찬가지로 위험가중자산이익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이상으로 유지할 계이다.
비은행 이익, 특정 자회사 의존도 높아
하나금융이 제시한 3대 지표는 자산과 위험가중자산, 당기순이익 등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CET1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금융지주가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도 은행 외의 실적 때문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자회사에서 창출되는 이익이 지주 수익성을 가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17.3%에 불과하다. 지난 2분기 비은행 누적당기순이익은 5810억원으로 하나카드가 1844억원, 하나증권이 1818억원 기여했다. 하나캐피탈도 1212억원의 누적 당기 순익을 올렸으나 하나카드와 하나증권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았다.
지주 실적 내 비중이 높은 하나카드의 경우 최근 트래블로그를 통해 실적을 키웠다. 최하위권에 머물던 하나카드는 올 3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44.8% 증가한 순익을 거뒀다. 하나증권도 대폭 성장한 상품 운용 이익을 기반으로 같은 기간 영업순수익을 확대했다.
하나카드와 하나증권 모두 지주 내 비은행 실적을 책임지는 효자 자회사이나, 업계 내 위치는 높지 않다. 4대 금융지주 증권사 중에서도 순위가 낮다. 올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하나증권 당기순익은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다음으로 밀려난다.
카드사의 경우에도 우리카드 대비 높은 실적을 기록했으나, 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는 실적 차가 크다. 3분기 기준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5527억원으로 하나카드와는 3683억원 차이다.
특히 하나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 NH증권 등 경쟁기업 대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다. 하나증권의 영업순수익 점유율은 2.9%로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 9.7%,
삼성증권(016360) 9.9%와 차이가 벌어진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자회사 순익 비중은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 대비 낮다. 우리금융과는 달리 증권사와 보험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점유율이 높은 계열사는 손에 꼽힌다. 특히 하나카드와 하나증권에 비은행 이익을 대부분 기대고 있어 두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비은행 실적이 출렁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등 현장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계열사 간 시너지 증대를 통해 적극적인 밸류업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