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의 비은행 자회사가 그룹의 성과와 밸류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가계 부채 축소 압박 속에서 이들 자회사의 실적은 그룹 성장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각 금융지주의 비은행 자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그룹 밸류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포트폴리오가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밸류업에 나선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증권사를 비롯해 비은행 자회사가 경쟁사 대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례적으로 캐피탈사가 그룹 자회사 중 세 번째로 순익 비중이 높은 이유다. 우리금융은 우량 자산을 선별해 취급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예정이지만 자회사의 부실 자산이 늘어나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타 지주 대비 CET1 낮아
19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3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다. 같은 기간
KB금융(105560) 13.85%,
신한지주(055550) 13.13%에 비하면 1%p 넘게 차이가 난다. 경쟁사에 비해 CET1이 작아 밸류업 기준이 되는 목표치도 내년 CET1 12.5%로 낮게 잡았다.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13%를 넘길 계획이다. 이 외에도 우리금융은 중장기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이상, 주주환원율은 50% 이상으로 설정했다.
우리금융은 밸류업을 위해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우리은행의 보수적 대출 기조도 건전성 관리 일환이다.
우리금융 위험가중자산은 올 3분기 기준 237조4770억원이다. 직전 분기인 6월 말 230조8120억원에 비하면 2.9%, 지난해 말 대비 8% 증가했다. 자기자본이 7월부터 9월까지 1.4%, 지난해 연말 대비 7.2%의 성장률을 보인 데 반해 속도가 빠르다.
자기자본 성장 속도가 위험가중자산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자 우리금융의 총자본비율은 연말과 직전 분기 대비 하락 추이를 보였다. 지난해 말 우리금융의 총자본비율은 15.8%에서 3분기 15.7%로 소폭 하락했다. CET1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수준을 유지해 악화는 피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0.2%p 떨어졌다.
우리금융은 특히 위험가중자산률이익률(RORWA)을 기반으로 선별적 자산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RORWA는 위험가중자산 대비 이익 비중이다. 은행 보유 리스크 대비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리스크가 높은 여신이 많을수록 RORWA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금융은 RORWA를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우량한 자산을 늘려 건전성과 수익성을 키우고 나아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미완성, 밸류업 걸림돌
우리금융은 위험가중자산을 중점 관리할 계획이지만 우량 자산 선별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 우리금융의 주요 자회사인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은 은행권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에도 외부인 허위서류 제출로 인한 금융 사고를 공시했다.
우량 자산 선별뿐만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못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밸류업 걸림돌이다. 특히 은행 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올 3분기 기준 전체 당기순이익의 94.9%가 우리은행 몫이다.
비은행 자회사의 순익은 5% 남짓이다. 이중 우리카드가 1402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이 1157억원의 순이익을 보탰다. 4대 금융지주 중 캐피탈사가 순익 기준 3위권 안에 드는 곳은 우리금융뿐이다. 새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고 보험사 인수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주 수익에서 캐피탈사 비중이 큰 것은 이례적이다. 캐피탈사는 통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고객에게 여신을 제공한다. 수신기능이 없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통해 자금을 수혈한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자동차 관련 금융서비스의 비중이 큰 편으로, 할부금융업과 렌탈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금융캐피탈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 금융자산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50%가 넘는다. 포드코리아 등 우량 기업과의 제휴는 장점이다. 자동차 금융자산은 캐피탈사의 자산 중 안전한 축에 속한다. 시장 점유율도 양호하다. 지난 2분기 기준 우리금융캐피탈의 시장점유율은 5.92%로 지난 해 말 5.87%보다 비중을 늘렸다. ROE도 올려 우리금융캐피탈의 3분기 ROE는 6.87%로 지난 해 말 6.39% 대비 상승했다.
다만 한계점도 분명하다. 우리금융캐피탈이 2금융권에 속한 만큼 1금융권인 은행과 비교하면 건전성이 낮다.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대할 경우 우리금융의 건전성 중심 전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연채채권율은 자산의 종류를 가지리 않고 지난해 말 대비 상승했다.
3분기 기준 우리금융캐피탈의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자산의 연체 채권율은 1.65%로 지난 해 말 대비 0.01%p 올랐다. 상승폭은 작지만 회수의문 자산과 추정손실 자산은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수의문 자산은 596억6900만원에서 1387억3600만원으로 증가했으며, 추정손실 자산은 225억2800만원에서 279억3300만원으로 늘어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3분기 흑자 전환하는 등 비은행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우리금융캐피탈의 경우 2금융 특성상 1금융 대비 건전성이 낮은 편이나 수익성과 건전성을 제고해 은행 의존도를 낮추는 등 밸류업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