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매우 우수한 수익 창출 능력에도 불구하고 비경상적 자금 지출에 재무안정성이 다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범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 사이에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사업 기반이 탄탄한 탓에 현금 창출 능력은 매우 우수하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지출 규모가 컸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전경(사진=고려아연)
11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8조6402억원, 영업이익은 603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같은 시기 8679억원을 보였다. 꾸준히 우수한 수익성을 이어온 까닭에 고려아연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1475억원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9월 촉발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재무 안정성이 다소 저하됐다. 자사주 매입을 위해 고려아연은 조 단위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자사주 매입에 1조8000억원을 지출한 까닭에 순차입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지난해 9월 자사주 매입 이전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연결 기준 44.6%, 순차입금 의존도는 2.3%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재무 안정성이 경영권 분쟁 이전 대비 저하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투자로 자본적 지출(CAPEX)도 확대됐다.
고려아연은 재무안정성 저하를 회복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수한 현금 창출 능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트로이카 드라이브 진행에 따른 비경상적 투자 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차입 확대로 인한 금융 비용 부담도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자금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의 재무 위험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아연 제련 글로벌 1위라는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우수한 현금 창출 능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아연 등 비철금속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영풍, SMC 포함)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익성이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비철금속 가격 변동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도 영향을 받지만, 생산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까닭에 매출 변동성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아연 외에도 연, 은, 금 외 기타 회소금속을 생산한다.
아울러 자금 조달 능력도 우수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평가된 고려아연의 유형자산 장부가액은 4조6597억원으로, 그 중 담보 설정이 된 유형자산 장부가액은 1982억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상장사로서 자금 조달 접근성도 우수한 까닭에 유동성 위험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의 총차입금 2조4646억원 중 1조9318억원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지만, 보유 현금성 자산이 단기성 차입금을 상회하고 있고, 우수한 현금창출력도 예상되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은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