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시스템으로는 안 돼"…현대차증권, 대규모 유증 '이유'
2000억원 규모 유증 후폭풍, 주주 달래기 나서
규모 축소에도 1천억 시스템 구축비용은 '그대로'
"서비스 호환성 늘려 퇴직연금 시장 수성할 것"
공개 2025-01-2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18:1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현대차증권(001500)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유상증자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법적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스템 개편 때문에 유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주 달래기 나선 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1월26일 장 종료 이후 신주 3012만482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기존 발행 주식 3171만2562주의 95%에 해당하는 2000억원 규모다. 실제 다음 거래일(11월27일) 현대차증권의 주가는 주식 가치 희석을 우려로 전날 대비 13.07% 하락해 1년 중 최저가(6841원)를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증권은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배당성향 40% 이상 달성 ▲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달성 ▲ 업종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상회 등이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떨어진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밸류업 계획을 잇달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6일 밸류업 계획에도 불구하고 발표 전날인 15일 종가 6470원에서 3거래일 동안 16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심지어 20일 종가 기준 주가는 유증 계획 발표 때 보다 더 하락했다. 
 
(사진=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이 주주들을 위한 당근책을 제시했음에도 주주들의 반응은 차갑다.
 
유한회사 뚜벅이투자는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에 현대차증권의 보통주 3012만482주 신주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뚜벅이투자는 '슈퍼개미' 강영만 대표가 100% 지분을 소유한 유한회사다. 
 
뚜벅이투자의 천준범 변호사는 지난 16일 열린 1차 심문기일에 참석해 “이번 유상증자가 일반 공모까지 진행할 정도로 시급한 상황인지도 의문”이라며 "특수관계인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이 출자한 금액으로도 시설투자자금으로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차세대 원장 시스템이 뭐길래?
 
현대차증권은 최종 발행 규모를 1684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 인프라 사업 투입 비용인 1000억원은 그대로 두고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기업어음증권 상환 비용을 684억원으로 조정했다.
 
현대차증권이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견제를 감내하면서까지 구축하려는 것은 차세대 원장 시스템이다. 이는 증권사가 고객 계좌와 매매 거래 내역 등을 관리하는 것으로 배형근 대표의 취임 이후부터 추진됐다. 현대차증권의 현재 원장 시스템은 현대차그룹 인수 이전인 신흥증권 때 써오던 구식이다. 
 

현재차증권의 원장 시스템 도입 계획 (사진=전자공시시스템)
 
기존 프로그램은 'C언어'로 구축되어 있다. C언어는 연산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스템 노후화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 증가와 확장 한계가 문제다. 대안으로 Java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앱과 유선 웹 구성이 떠올랐다.
 
Java는 현재 주요 대기업 시스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로, 앱과 웹에서 모두 자유로운 구현이 가능하고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개발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업무량이 과중한 증권업 전산 개발에 있어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증권은 Java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IT금융시스템 전문업체 코스콤에 구축을 의뢰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를 통해 통상 증권 업무를 비롯해 매매체결 시스템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계획 중이다.
 
호환성 강화로 퇴직연금 시장 경쟁력 '확보'
 
현대차증권이 차세대 원장 시스템 구축을 강행하는 이유는 주력인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증권업계 퇴직연금 시장은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6조8082억원이다. 직전 년도 16조422억원 대비 7660억원이 늘었지만 3위와의 격차는 급격하게 좁혀졌다.
 
같은 기간 업계 3위인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14조4822억원으로 전년 동기 11조7556억원 대비 2조7266억원 급증하면서 따라붙었다.
 
추격에 나선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이외 타 업권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상장지수펀드(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도입했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MY AI' 등 다양한 서비스 상품도 출시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현대차증권이 추진하고 있는 원장시스템 도입 계획을 볼 때 타 기업이나 금융기관과의 호환성을 늘려 서비스 영역 확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경우 불필요한 소스의 활용이 초기 최적화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만큼 제공하려는 서비스에 최적화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홀세일을 비롯한 전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후화된 시스템 개선이 불가피하다"라며 "새로운 플랫폼 도입으로 고객에 최적화된 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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