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10년 만에 첫 전면 개정을 앞두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과 주주권 행사를 촉진하며 국내 자본시장에 자리 잡았지만, 참여기관 확대가 실질적 이행으로 이어졌는지 가려낼 장치는 미흡했다. 올해 이행점검이 시작된 배경이다. 2027년부터는 적용 자산군을 넓히고 ESG·지속가능성 요소와 주주관여 활동을 강화한 개정 코드가 시행된다. <IB토마토>는 지난 10년간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와 기업 경영에 가져온 변화와 성과, 한계를 짚어보고, 개정안이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이 도입 10년 만에 260곳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늘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기업을 상대로 한 주주관여 활동도 과거보다 활발해지면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본시장에 일정 부분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참여기관의 양적 확대가 곧 모든 기관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서로 다른 주주총회 안건에도 동일한 의결권 행사 사유를 반복 기재하는 등 형식적인 대응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드 가입을 넘어 실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했는지가 스튜어드십 코드의 다음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여의도 증권가(사진=IB토마토)
18곳→265곳…반대 의결권·관여활동도 확대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 등에 따르면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은 도입 초기인 2017년 18곳에서 2025년 말 249곳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신규 가입이 이어지면서 한국ESG기준원 홈페이지 기준 지난 11일 참여기관은 265곳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말 249곳을 기준으로 유형별로는 벤처캐피탈(VC)이 87곳으로 가장 많고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74곳으로 뒤를 이었다. 두 업권을 합하면 전체 참여기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밖에 자산운용사 63곳, 증권사·은행·투자자문사 등 신탁기관 12곳, 연기금 4곳, 보험사 4곳, 의결권 자문기관 등 서비스기관 5곳이 참여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투자대상 기업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태도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전 국내 상장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내 민간 기관투자자의 평균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약 1.5%였지만, 참여 이후에는 4% 수준으로 높아졌다.
참여기관과 미참여기관 간 차이도 뚜렷했다. 참여기관의 평균 반대율은 약 7%로 미참여기관의 1.7%보다 크게 높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들이 주총 안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KCC·DB손보서 나타난 관여 성과…주주제안 이사회까지
기관투자자가 경영진과의 대화를 넘어 주주제안과 이사 추천 등으로 기업 변화를 이끌어낸 구체적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트러스톤운용은 KCC 이사회가 자사주 소각과 투자 목적 자산의 유동화, 주주환원 원칙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KCC에 대한 주주제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트러스톤운용의 KCC 지분율은 당시 기준 1.88%였다.
앞서 트러스톤운용은 올해 초 KCC가 과도한 비핵심 자산을 보유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며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트러스톤운용은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 삼성물산 주식 유동화, 자사주 전량 소각, 주주환원 정책 재수립 등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DB손해보험에서는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회 진입까지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DB손해보험은 제5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현승 LHS자산운용 회장과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민수아 전 대표는 지분 1.9%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로, 표대결을 거쳐 DB손해보험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는 국내 보험업계에서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이사 후보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다.
다만 일부 사례가 전체 참여기관의 활동 수준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여기관 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개별 기관의 활동 수준과 방식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운용사 42% '복붙' 공시…가입보다 '이행' 중요
의결권 행사가 늘었다고 해서 모든 기관이 실질적인 주주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의결권 행사 내역을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285개 공·사모운용사가 총 4만6827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121개사(42.4%)가 의결권 안건의 절반 이상을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없음' 등 형식적인 내용으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모운용사는 임원 선임이나 정관 변경 등 내용과 유형이 서로 다른 안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의결권 행사 사유를 일괄적으로 기재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관이 각 안건에 대해 어떤 근거로 의결권을 행사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평가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행점검과 공시체계의 부실함도 문제로 꼽힌다. 홈페이지가 없거나 관련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 기관의 경우 실제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참여기관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최초 등록 이후 각 기관이 실제로 어떤 주주활동을 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적인 관리·공시 체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최초 게시일 이후 등록된 기관을 제외하면 개별 기관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특히 이행점검과 공시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참여기관이 이행보고서를 작성하더라도 개별 기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식이어서 기관별 활동을 한눈에 비교할 수 없다. 홈페이지가 없거나 관련 자료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경우 실제 이행 여부 확인도 불가능하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이나 이행 수준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관리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2027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통해 내실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