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이어 로봇도 '중국 벽'…BD 적자 1.8조
중국 유니트리, 로봇 출하량 1위…실적 개선 가속화
BD 인수 이래 누적 순손실만 1.8조…재무부담 가중
정부 주도로 핵심 거점 중심 로봇 산업 육성 필요성
공개 2026-08-14 07:1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2일 17: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에 이어 로봇 시장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전기차에서는 BYD와 지리 등 중국 업체와 점유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로봇에서는 유니트리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공급망 내재화와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3조원 넘게 투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인수 이후 5년째 적자를 이어가는 반면 유니트리는 세계 판매 1위와 흑자를 동시에 달성했다. 기술 경쟁을 넘어 양산, 가격, 수익성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라 현대차그룹의 투자 확대와 함께 정부 차원의 산업 생태계 지원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전기차 점유율 밀려나…중국 로봇 제조사 성장까지 '가속'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중국 기업 간 경쟁 구도가 전기차에 이어 로봇 시장으로도 옮겨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BEV·PHEV) 인도량은 3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3% 늘었고 점유율도 0.6%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성장에도 중국과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인도량 1위 BYD는 판매량이 20.7% 줄었음에도 점유율 15.1%를 지켰다. 2위 지리까지 더한 중국 상위 2개 그룹의 점유율은 25%로 현대차그룹의 6.8배에 달한다.
 
 
이 구도는 로봇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중국 대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는 지난해 5500대가 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하하며 세계 1위에 올랐고, 올해는 최대 2만대 출하를 목표로 내걸었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매출은 17억 1000만위안(약 3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늘었고, 순이익은 2억 8760만위안(약 605억원)으로 204% 확대됐다.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도 안정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유니트리는 중국 증시에 상장하는 첫 휴머노이드 제조사가 될 예정으로 지난 6일 공모가를 주당 150.8위안으로 확정해 61억위안(약 1조 2851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여기에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1억 4080만위안(약 300억원)을 투입하고 로봇용 AI 모델 공동개발 협약까지 맺으면서, 하드웨어에 이어 '로봇 두뇌'까지 자국 생태계 안에서 조달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BD 누적 손실 1.8조…본업 현금창출력도 '흔들'
 
반면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이하 BD)는 2021년 인수 이래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49억원, 순손실은 1838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2021년 1970억원, 2022년 2551억원, 2023년 3348억원, 2024년 4405억원, 2025년 5284억원으로 해마다 불어나 5년 누적 손실만 1조 7558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은 5022억원으로 유니트리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3598억원)만으로도 BD의 5년치 매출의 71.6%를 채우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년간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BD 지분을 확대해왔다. 초기 인수대금 1조 2454억원에 이후 유상증자로 투입한 추가 출자 1조 8136억원을 더해 현재 90.35%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 9.65%(약 4875억원)까지 인수하면 5년간 누적 투자액은 3조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BD의 누적 손실과 신사업 투자로 재무 부담이 커지는 사이 그룹사 전반의 현금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현대차(005380)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3조 3129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 -2조 5188억원, 2024년 -5조 6616억원, 2025년 -5조 9913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10조 962억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이 집행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연평균 -14조 8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 자동차부문의 OCF만 따로 봐도 지난해 11조 6000억원으로 2024년 17조원보다 크게 줄었고, 같은 기간 기아(000270)의 연결 기준 OCF 역시 12조 5600억원에서 9조원으로 내려앉았다. 두 회사에서 1년 새 빠져나간 OCF만 합쳐서 9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향후 로봇 양산과 현장 도입에도 지속적으로 자금이 들어갈 전망인 데다 2028년 아틀라스가 양산돼 공장에 투입되더라도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업인 완성차의 현금창출력마저 계속 저하된다면 재무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새만금 로봇, AI, 로보틱스 공장 신설 등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계획돼 있고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될 예정으로 현금유동성이 계속해서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밸류체인 내재화…핵심거점 중심 산업 육성 '필요'
 
중국은 글로벌 로봇 시장을 빠른 속도로 선점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중국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70억달러로 세계 최대이며 글로벌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2024년 로봇 생산량은 1051만 9000대로 전년보다 34.3% 늘었고 산업용 로봇은 12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격 경쟁력의 기반도 이미 갖춰져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로봇 부품의 90%를 국산화했다. 상하이-저장성-장쑤성 일대에는 피지컬 AI 기업이, 광저우-선전-둥관 일대에는 감속기·배터리·제어기 등 부품 공급망이 각각 클러스터를 이뤘다. 이를 통해 부품 조달부터 완제품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미국·유럽·일본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과 칭다오 등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AI 모델 훈련과 로봇 양산에 나선 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지방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과 공장부지 무상 임대까지 더해 로봇 생태계를 전방위로 육성하고 있어서다. 이를 발판 삼아 성장한 유니트리 등 중국 스타트업들은 공장과 일상 공간에서 막대한 실전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피지컬 AI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넘어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개별 기업이나 지자체 중심의 분산적 육성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역량을 결집하는 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로봇 구매 보조금 지원이나 국산 로봇 활용 의무화, 정부·공공기관 우선 구매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AI연구소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피지컬 AI는 개별기업이 주도할 수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라며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며 전 국가적으로 해당 사업을 국가적 프로젝트로 삼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집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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