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림에이텍, 방산로봇 띄웠지만…"유증 자금은 딴 곳에"
로봇 사업 대부분 미영위…방산 진출 실현성 '물음표'
무상감자 직후 295억 유증…흥행·지분 희석 부담
공개 2026-06-10 14:55: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10일 09: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자동차 내외장재 기업 휴림에이텍(078590)이 군용 로봇을 신사업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정관에 추가한 로봇 사업 대부분이 아직 미영위 상태인 데다 인수한 사업부와 방산로봇 간 연결고리도 뚜렷하지 않다. 최대주주와의 시너지, 회사의 재무 여력까지 감안하면 사업화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현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에도 나섰지만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은 신사업보다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에 먼저 투입되는 구조다. 무상감자 이후 곧바로 추진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점도 흥행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진=휴림에이텍 홈페이지)
 
방산로봇 간판 내건 휴림에이텍…실현은 '아리송'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림에이텍은 최근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통해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사업목적 다각화가 명분이다. 신규 사업에는 군사용 로봇 부품 제조 및 판매업, 지뢰 제거 장비 연구개발, 생화학 및 방사능 측정·보호장비 판매, 폭발물처리 로봇 훈련장 설치 등 방산용 로봇·장비 관련 사업이 포함됐다.
 
군용 로봇 시장은 성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로봇 기술 선점을 위해 미국과 중국 기업이 로봇 분야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며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면서다. 업계에선 글로벌 군용 로봇 시장이 올해 255억3000만달러(약 37조4100억원) 규모에서 2031년 약 1.5배 커질 것으로 관측한다.
 
휴림에이텍도 로봇 사업 진출 명분을 쌓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김봉관 휴림로봇(090710)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같은 달 정관에는 지능형로봇, 이동형로봇, 산업용로봇, 군사용로봇, 극한작업용로봇 등 로봇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이어 5월에는 오늘이엔엠의 로봇사업부를 영업양수하기로 하며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군용 로봇은 일반 스마트팩토리 로봇보다 최종 상용화되기까지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막대한 R&D 비용이 필요하다. 로봇 사업이 본업이 아니라면 초기 투자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휴림에이텍은 현재 자동차 내외장재 전문 기업이다. 카펫, 트렁크 트림, 휠가드 등 자동차 차제와 결합하는 바닥재가 전체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인수한 로봇사업부와 새로 추가한 방산로봇 사업 간 연결성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오늘이엔엠 로봇사업부는 자율주행 물류로봇과 로봇 제어기 등 스마트팩토리 관련 사업에 무게가 실려 있다. 로봇 사업 부문 매출은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0.4%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작다. 또, 최대 주주인 휴림로봇과의 시너지도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휴림로봇은 본업인 로봇 사업을 비롯해 자동차 내외장재, 2차전지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실적이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00억원으로 40.7% 줄었다.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최대주주가 기술과 자금을 동시에 지원해 신사업을 끌어가기에는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휴림에이텍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방산 로봇 및 보안·대테러 장비 관련 사업 목적을 추가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추가 진행 사항은 공시 및 보도자료를 통해서 투명하게 공개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금 9억원인데 295억원 유증…신사업보다 빚 상환 먼저
 
 
군용 로봇 사업의 현실성을 가르는 핵심은 자금이다. 휴림에이텍의 연간 매출은 2024년 703억원에서 지난해 644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 감소한 160억원에 머물렀고 8922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동성 사정도 빠듯하다. 올해 1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억8600만원으로 지난해 말 31억9200만원에서 크게 줄었다. 반면 1년 안에 결제하거나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는 187억900만원으로 현금성자산의 20배를 웃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4억23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무형자산 취득액을 차감해 단순 계산한 잉여현금흐름 역시 약 16억원 적자로 추정된다. 본업에서 현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 재원을 외부 조달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부채비율은 장부상 개선됐다. 14·15회차 전환사채(CB) 전환으로 파생상품 부채가 61억원으로 전년 대비 78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동기간 부채비율도 66.7%에서 25.9%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이는 자본금이 늘어난 회계상 정산으로 실제 현금 유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군용 로봇 제작까지 마친다고 해도 수익화가 문제다. 보통 방위사업청이 예산을 받아 사업 발주를 내면 민간 로봇·방산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해 수주를 따내는 구조다. 다만 국방 정책이나 예산 우선순위 변경에 따라 양산 계획이 연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에서도 양산 발주 시기를 예상할 수 없어 로봇을 개발한다고 매출을 인식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휴림에이텍은 오는 8월 대금 납입을 목표로 유상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도 나섰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600만주에 1주당 액면 가액은 500원이다.
 
하지만 자금 조달 목적 우선순위에도 신사업은 후순위로 밀렸다. 전체 294억9000만원에서 채무상환 자금만 100억원(전체 33.9%)이 사용된다. 올해 3월 말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187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의 20배가 넘기 때문이다. 반면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모두 신사업에 활용한다고 해도 2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휴림에이텍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 예정인 시설자금 80억원은 기존 주력 사업인 자동차 내외장재 부문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충남 아산 제3공장 신축 등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라면서 "신사업 투자보단 기존 핵심 사업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 인프라 투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10:1의 무상감자까지 진행한 뒤 이뤄진 유상증자기 때문에 자금 조달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무상감자로 기존에 2692억원에 달했던 결손금은 일부분 해소할 것으로 보이나, 일반 주주 입장에선 청약에 참여해 새 주식을 사지 않는 이상 기존 주식 가치는 희석되기 때문이다. 보통 유상증자 전 이뤄지는 신사업 투자 공시로 주가 하단을 방어할 수 있지만, 이번 군사용 로봇 신사업은 실현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아 자금 조달 흥행에 의문을 남긴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