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시설자금 명목으로 조달했던 자금이 잠자고 있다. 당초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느린 외형성장에 당장 시설 확충에 투자할 필요성이 적어진 모양새다. 현재 성장 돌파구 중 하나로 마이크로니들패치 신사업을 추진 중인 회사는 해당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 필요한 자본적 지출로 유보 자금을 사용하겠단 계획이다.
(사진=바이오에프디엔씨 홈페이지)
시설자금 246억원 가운데 12%만 사용…더딘 외형 성장 탓?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지난 2022년 2월 기술성장기업으로 코스닥 상장하며 조달한 시설자금 246억원 가운데 29억원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총 364억원을 모집했으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36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246억원의 시설자금을 제외한 114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책정됐으며, 여기에 연구·개발(R&D) 투자금 89억원이 포함됐다.
상장 당시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자금의 사용목적 중 제조설비 부문을 살펴보면 크게 △인천 송도 본사의 식물세포 배양·생산 시설 확충 비용과 △전남 화순 광주전남지점의 고부가가치 생리활성 소재 기반 의료기기 GMP 시설 확보를 위한 공장 및 설비구축 비용으로 구분됐다.
우선 회사 기술의 핵심인 식물세포 배양과 생산에 대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가 공장 구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관련 설비와 시설물 구축에 약 1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용시기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였다.
또한 사측은 같은 기간 신규사업으로 메디컬디바이스, 성장인자 기반 메조테라피 및 병의원용 GFX(성장인자를 원료로 하는 완제품) 제품 개발을 계획 중에 있으며, 코스메슈티컬 화장품 제조시설과는 별개로 의료기기 GMP 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106억원 수준의 자금 소요를 예상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4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사용계획 자금의 약 11.79% 수준을 투입한 데 그친 것이다. 그 외 운영자금 103억원 중에선 연구개발비로 38억원을 사용해 미사용자금 합계 283억원은 예적금으로 운용 중이다.
이처럼 시설 확충 자금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난 데에는 생각보다 느린 외형 성장 속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사측은 매출 추정치를 2022년 256억원, 2023년 364억원, 2024년 481억원으로 기재했는데, 실제 매출은 2022년 159억원, 2023년 156억원, 2024년 161억원, 올해 3분기 누적 141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는 모양새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은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반증이다. 즉, 기존 생산능력만으로도 실제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해 신규 시설 투자의 타당성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상장 원년(2022년)과 현재(2024년)의 품목별 가동률을 살펴보면 'Plant Cell & Extract' 품목은 19.81%에서 28.76%로, 'Protein & Complex' 품목은 23.37%에서 26.65%로, 'PCX' 품목은 38.66%에서 48.82%로 가동률이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이 밖에 'Peptide' 품목은 75.35%의 가동률을 유지했고, 'GFX' 품목은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가동률이 34.54%에서 6.71%로 줄었다.
신사업 마이크로니들패치 투자 예상…명확한 시점은 '아직'
비교적 최근 공시된 3분기 보고서에서 바이오에프디엔씨는 보유 자금 등을 활용해 향후 생산증대 및 바이오 사업을 위한 중장기 설비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 시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12억원, 단기금융상품은 400억원으로 집계돼 회사는 미사용 공모자금을 포함해 총 512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아직까지 잠자고 있는 공모자금을 비롯한 보유 현금성 자산을 새로운 성장동력의 마중물로 탈바꿈시킬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사측은 상장 당시 손익 추정치와 실제 실적간 다소 괴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했지만, 시설 투자 지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냐는 질의에는 즉답을 피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품계수가 1은 아니어서 반드시 매진되는 양상은 아니다"라며 "신사업을 염두해서 공모 자금을 펀딩을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모자금은 장기적으로 사용할 계획이었고, 집행된 29억원은 신사업인 마이크로니들패치 유형자산을 취득하는데 썼다. 아직 본격적으로 판매 전이지만 시장 반응이 좋다고 판단이 되면 증설 비용이 필요하다"며 "공장과 공장부지, 추가설비 등 총 CAPEX(자본적 지출)를 한 200억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다. 다만 집행 시점은 불명확하다"고 부연했다.
사측의 설명대로 회사는 현재 마이크로니들패치의 생산 및 판매 관련 신사업을 준비중에 있다. 마이크로니들패치는 사람의 피부에 부착될 때 피부 신경이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정도의 작은 크기를 특징으로 하는 무통증 주사로, 피부 안에 생리활성 물질인 백신이나 의약품을 투여하는 약물전달시스템에 활용 가능하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마이크로니들패치 신사업을 통해 글로벌 미용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지난 2023년 7월 마이크로니들패치 생산설비 시스템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4월에는 '생체 관통형 마이크로니들 및 이의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를 취득한 상태다.
바이오에프디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추가적인 외형성장 돌파구는)신사업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방향을 여러가지로 잡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