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디지탈, 재고 쌓이다 수익성 흔들…현금 유출 가속
일부 비용 원가에 반영되며 실적 악화에도 영향
불어난 매출채권도 부담…국가 R&D 예산 감소 여파
공개 2025-10-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7일 17: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지난해 미국 및 인도 시장 진출의 물꼬를 튼 마이크로디지탈(305090)이 선제적으로 재고를 비축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우선 큰 폭으로 늘어난 재고에 재고자산회전율이 감소하며 활동성 지표가 둔화됐고, 재고자산 중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재공품에 대한 인건비 등이 원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며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다. 또한 운전자본이 증가함으로써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을 가속화했다. 다만 사측은 재고자산 비축에 따른 기저효과는 본격적인 매출 발생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마이크로디지탈 홈페이지)
 
BP사업부 해외 성과 올린 지난해 기점으로 재고자산·매출채권 증가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이크로디지탈의 매출은 2023년 108억원에서 2024년 115억원으로 6.48%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회사의 매출 규모가 분명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눈에 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30억원 수준이던 유동재고자산은 2024년 5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6월 말에는 80억원까지 늘었다. 매출채권 순 장부금액 역시 2022년 3억원에서 2023년 78억원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 111억원을 기록하며 100억원을 돌파, 올해 6월 말 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활동성 지표가 둔화된 상태다. 매출원가로 계산한 재고자산회전율은 2023년 1.57회에서 2025년 반기(6개월 매출원가 연환산 후 계산) 1.08회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출채권회전율은 1.57회에서 1.02회로 하락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늘어난 기점인 2024년은 마이크로디지탈의 바이오프로세스 사업부가 미국과 인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첫 성과를 거둔 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미국 회사와 세포배양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12월에는 인도 회사를 상대로 세포배양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회사가 영위하는 바이오 사업부문은 다시 제품별로 바이오메디컬 분야와 바이오프로세스 분야로 나뉜다.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선 자동으로 분석시료를 채취·희석·혼합 및 분주하고 지정된 시간과 온도에 반응하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분석 시스템 등을 취급하며, 바이오프로세스 분야에선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적인 세포배양 공정에 사용되는 일회용세포배양시스템 등을 취급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율은 바이오메디컬이 73.4%, 바이오프로세스가 21.3%였다. 지난해 결산 보고서에서 사측은 미국 및 인도 바이오프로세스 장비 계약으로 인해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마이크로디지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회용 세포 배양기 관련 사업의 미국 및 인도 향 매출 계약을 위해 일정 부분 재고를 조금 쌓아뒀다"며 "매출채권의 경우 기존 캐시카우였던 바이오메디컬 사업부문에서 늘었다. 장비 거래처가 대학교나 대학원 랩실, 대학병원이나 2·3차 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등 아무래도 예산을 받아 쓰는 곳이다 보니 국가 R&D 예산이 감축되면서 매출 채권 회수가 과거에 비해 조금 늦어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재고 비축은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진행했고, 공급계약이 계속 예정돼 있기 때문에 향후 계약 조건이나 공급 수량 등을 확인하고 앞으로 재고를 얼마나 더 쌓을지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며 "조금씩 경기가 좋아지고 거래처들이 예산을 확보하면서 매출채권 회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순차적으로 회수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고자산이 매출원가 상승에도 영향…수익성 악화로 적자 전환
 
문제는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는 재고자산이 매출원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비용으로 인식돼 매출원가에 포함된 재고자산의 원가는 기간별로 2023년 47억원에서 2024년 53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 반기에는 3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43.52%와 46.09%로 50%를 밑돌던 원가율은 올해 상반기 56.25%로 10%포인트 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실적 또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마이크로디지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고자산이 직접적으로 원가율에 반영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재고자산 중 재공품들이 판매가 되기 전까지는 생산 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안분되어 원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원가율이 높아지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재고자산의 증가는 원가율 상승으로 인한 적자 전환 문제 뿐만 아니라 매출채권과 함께 운전자본 증가에 일조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고,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43억원, 2024년 -69억원, 2025년 반기 -75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디지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매출이 증대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들은 해소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수백억원대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순차적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해 나가려고 한다. 인도 같은 경우 세럼사와 공급 관련 추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또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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