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올해 상반기에도 자본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난다. 상위권 10개 보험사의 자본총계 합계는 증가로 전환했지만 선두권 보험사 일부가 이끌었다. 나머지 보험사는 여전히 자본총계가 줄었다. 업계서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강화에 힘쓰고 있는데,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자본 합계 증가했지만…개별보험사 대부분 '감소'
19일 각사 상반기 공시에 따르면 상위권 10개 보험사의 별도 기준 자본총계 합계는 96조273억원으로 지난해 말 94조9086억원보다 1.2%(1조1187억원) 증가했다.
그동안 줄곧 감소했던 자본총계가 다시 성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자기자본 저하 추세는 생명보험 업권의 경우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계속됐으며, 손해보험 업권은 성장이 점차 둔화하다가 지난해 1분기부터 꺾인 바 있다.
업권별 자본총계는 생명보험이 55조7913억원, 손해보험이 40조2360억원이다. 생명보험 업권에서 1조1182억원 증가하면서 자본총계 증가 전환을 이끌었다.
업계 합산 기준으로 추세가 바뀌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력이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상위권에 있는 일부 보험사만 크게 성장하고 나머지는 계속 감소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업권에서는
삼성생명(032830)(25조9126억원)이 8152억원,
한화생명(088350)(11조6753억원)이 1조3403억원 늘었다. 농협생명(4조9700억원)은 969억원 증가했다. 반면 교보생명(6조8009억원)은 5041억원 줄었고 신한라이프(6조4325억원)도 6301억원 감소했다.
손해보험 업권은 편차가 더 크다.
삼성화재(000810)만 성장하고 나머지 4개사는 모두 줄었다. 손해보험 업권의 합산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인데, 사실상 삼성화재가 나머지 보험사 감소분을 모두 상쇄했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삼성화재(16조241억원)는 자본총계가 7283억원 증가했다. 나머지 보험사는 ▲
DB손해보험(005830)(8조1808억원) 2352억원 ▲
현대해상(001450)(4조7369억원) 1902억원 ▲KB손해보험(5조5802억원) 2762억원 ▲메리츠화재(5조7140억원) 261억원 감소했다.
듀레이션 구조적 영향…"ALM 관리로 민감도 낮춰야"
자본총계가 늘어난 보험사 가운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익잉여금 외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가 주효했다. 기타포괄손익은 자본총계 가운데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 관계가 담기는 항목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리하락에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는 해당 보험사들의 듀레이션(금리민감도) 구조가 자산이 부채보다 길거나 혹은 그 정도로 매칭 정도가 높아서다. 금리하락이 보험부채 감소와 그에 따른 자본 증가로 이어졌다.
반대로 자본총계가 감소한 대다수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되고 있으며,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마이너스(-) 금액으로 나온다.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금액이 더 커진 것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자본성증권인 신종자본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한 것이 자본총계 증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3조685억원 정도다. 지난해 말보다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듀레이션 구조상 대부분 보험사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총계 감소를 계속 반영할 수밖에 없다. ALM 강화로 금리민감도를 더욱 개선해야 하는 것이 개별보험사 과제다.
금리민감도 수준은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을 산출할 때 쓰이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변동 양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국채 금리가 0.5%p 하락한다고 가정할 때 가용자본 감소분은 DB손해보험이 3000억원, 현대해상이 5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ALM 강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기 국공채 매입이다. 그만큼 자산 듀레이션을 늘릴 수 있어서다. 부채 듀레이션은 보험부채 즉 보유계약 문제라 관리가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대부분 보험사들이 듀레이션 갭을 축소시킨 모습을 보여줬다”라면서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갭을 축소하겠다는 보험업계 계획에 따라 금리민감도는 점차 감소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