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저축은행이 상반기에도 하나금융지주의 구멍으로 작용했다. 주요 계열사가 제 몫을 해낸 데 반해 올해도 실적을 갉아먹는다는 평가다. 채권 부실화로 인한 충당금 전입 확대가 원인이다. 특히 지주의 위험가중자산 확대 규모도 정해져 있어 부실채권을 털지 않는 이상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하나금융)
하나저축은행, 주요 계열사 중 유일 적자
11일
하나금융지주(086790)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의 올 상반기 손실 규모는 231억원이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하나금융지주의 다른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이 모두 흑자를 내는 가운데 홀로 실적이 부진했다.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이 341억원에 불과했음에도 582억원 규모로 충당금을 쌓은 탓에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뿐만 아니라 2분기 중에도 2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자산 규모 대비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전입한 탓에 영업손실도 240억원에 달했다. 하나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에 의한 실적 악화는 2023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도 충당금적립전 영업이익은 557억원에 달했으나, 당기순손실 1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다. 충당금을 적립하기 전 6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결국 연간 30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까지 기업자금대출 47.13%, 가계자금대출 49.1%, 공공 및 기타자금대출 3.77%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전년 대비 기업자금대출을 줄인 모습이다. 1년 새 630억원 줄였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같은 기간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1323억원, KB저축은행이 1755억원, 우리금융저축이 741억원을 기업자금대출에서 줄였다.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신한과 KB,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경우 가계자금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1분기 46.1%에서 올 1분기 39.06%까지 내렸다. 신한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의 경우에도 기업금융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18%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대출이 대손충당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하나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까지 기업대출에만 1172억931만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같은 기간 개인대출채권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절반 수준인 542억3782억원에 불과했다.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은 영향은 하나저축은행의 자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기순손실 107억3572만원이 반영돼 결손금이 발생했다. 통상적으로 이익잉여금이 발생해 자본을 확충시키지만, 반대로 이익잉여금이 부족하면 결손으로 기록된다. 1분기 하나저축은행의 결손금은 79억9647만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자본은 447억원 감소했다.
위험가장자산 증가, 지주 차원서도 부담
하나저축은행의 자본 감소와 위험가중자산 증가는 하나금융지주에도 부담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위험가중자산 목표 증가율은 약 4%다. 하나금융지주는 지금껏 위험가중자산을 빠르게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외형과 수익성을 개선해왔다. 대출채권 등 영업을 적극적으로 할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전략을 바꿔 명목GDP 성장률 수준으로 위험가중자산의 성장률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각 계열사의 성장 전략도 변화했다고 분석된다. 특히 올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중심으로 한 주주 환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위험가중자산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에는 부담 요소다. 부실채권은 정상 채권 대비 위험가중치가 높기 때문이다. 정상 여신 대비 가중치가 높아진다면 위험가중자산은 증가하게 된다. 계열사 별로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이 정해져 있는데, 하나저축은행의 경우 이를 부실채권이 채우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의 제한으로 신규 여신을 맘 편히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위험가중자산 증가치를 부실채권의 가중치 상향으로 채우게 된다면 정상 여신이 유입될 틈이 없어진다.
사실상 부실 여신이 정상 여신으로 재분류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부실채권이 기업 여신에서 발생하는 만큼 경기 부양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채권의 경우 부동산 시장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간 금융당국이 부동산PF를 중심으로 건전성 개선에 대해 압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저축은행업권 입장에서는 담보를 잡고 실행한 부동산PF 채권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상각 처리해야 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나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부동산 경기 회복 추이에 따라 관련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다"라면서 "부실 대출자산의 적극적인 감축과 위험성이 낮은 대출자산 증대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반기 상매각은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