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엘팜텍, 합병 '백지화'…100억 단기차입에 곳간 비상등
표준코드 충돌로 지엘파마 전 품목 추가 생산 손실 우려
흑자 기조 이어가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 여전
현금성자산 17억원…100억원 상회하는 부채 상환 부담
공개 2025-08-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9일 11: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자회사 지엘파마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던 지엘팜텍(204840)이 한 달 만에 이를 철회했다. 현행 제도상 양사의 품목 표준코드가 달라 지엘파마 품목들을 지엘팜텍 표준코드로 전환해 모든 품목들을 다시 추가 생산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에 재고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발생 우려로 흡수합병을 철회했다는 설명이다. 지엘팜텍은 지난해 말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현금창출력이 낮아 현금성 자산이 10억원대까지 줄어든 상태다. 반면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 규모만 100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추가적인 비용 지출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지엘팜텍)
 
품목 표준코드 충돌로 인한 추가 비용 지출 우려에 합병 철회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엘팜텍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지엘파마 주식회사와의 합병계약 해제의 건'을 상정, 참여 인원 전원이 이의 없이 찬성해 가결했다. 이는 지난달 영업의 일원화와 중복업무 통합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증대하고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을 이뤄내겠다며 합병 결정을 공시한 지 약 1개월 만이다.
 
지엘파마는 지난 2018년 지엘팜텍이 KGMP 제조설비 확보를 위해 지분 100%를 인수해 종속회사로 편입한 회사다. 지엘팜텍은 의약품 연구개발 서비스업을 주요 사업분야로 영위, 의약품 도소매 유통 및 마케팅 부문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으며, 지엘파마는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주요 사업분야로 하고 있다.
 
당초 지엘팜텍이 종속회사 지엘파마를 흡수하는 형태로 합병 완료 후 지엘파마는 의약품제조 부문으로 운영해 재무 및 영업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지엘파마가 판매중인 품목들에 대해 지엘팜텍으로 지위승계를 검토하던 중, 현 제도하에서는 지엘파마가 보유중인 허가 품목에 대해 지엘팜텍이 보유 중인 표준코드와 충돌해 지엘파마 표준코드를 유지하는 지위승계가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엘파마 품목을 지엘팜텍 표준코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모든 품목들의 추가 생산에 따른 재고 부담이 있으며, 기존 시장에 공급된 지엘파마 품목 모두를 6개월 이내 모두 판매하지 못할 경우 전량 반품 및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경제적 손실 발생 우려로 합병 진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엘팜텍과 지엘파마의 매출액은 각각 260억원과 200억원이다. 단순하게 지난해 163억원으로 집계된 지엘파마의 매출원가와 비슷한 규모의 지출이 소요된다고 가정한다면, 지엘팜텍으로써는 연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는 금액을 추가로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여전…바닥 드러낸 현금 곳간
 
현재 지엘팜텍의 현금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이번 합병 철회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유동비율을 약 1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현금성자산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엘팜텍은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 43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2억원 등 총 45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반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5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2억원 등 총 17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그간 지엘팜텍은 연간 영업적자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 같은 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누적 162억원의 매출을 바탕으로 3억원의 영업이익과 8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아직까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연결활동현금흐름의 시작점이 되는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운전자본 변동 내역이 이를 상회하면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는 재고자산이 14억원 증가하고, 매출채권이 8억원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14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결과적으로 보유 현금성 자산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차입금 상환 부담은 커졌다. 지엘팜텍은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 39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43억원, 기타유동금융부채 27억원 등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만 10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지엘파마 허가 품목 생산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 지출은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측은 현금성 자산의 감소는 합병 철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엘팜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의 감소는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영업 흑자 기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의 일시적 변동"이라며 "향수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등 지속적인 비용 효율화 노력을 통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며,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활용해 차입금들을 순차적으로 상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회사는 이번 합병 철회 공시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이 완료되는 대로 합병을 재추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엘팜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제도 개선 관련해 법무법인과 논의 진행 중으로 실현 가능성 및 예상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예측이 쉽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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