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매각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롯데카드는 홈플러스 사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기소될 경우 매각에 타격을 받게 된다. 최악의 경우엔 카드 발행 업무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어 향후 매각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홈플러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행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롯데카드)
ABSTB 수사 결과에 따라 매각가도 좌우
ABSTB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 1년 미만 만기의 초단기 사채로, 기업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앞서 홈플러스는 ‘기업전용카드’로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하고, SPC는 이 카드대금 채권을 담보로 ABSTB를 발행했다. 홈플러스는 결제 대금 지급을 늦추는 대신 카드사에 수수료(6~7%)를 지급하고, 카드 결제 기한을 최대 3개월까지 유예 받을 수 있었다.
SPC가 홈플러스 대신 카드 대금 채권을 담보로 ABSTB를 발행하는 까닭은 위험가중자산을 양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채권(NPL)을 다량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재무건전성 문제가 생기지만, 회수가 불투명한 카드대금 채권 등 부실채권을 자산 유동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SPC에 처분할 경우 홈플러스는 NPL 위험을 해소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은 롯데카드가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고서도 유동화 발행에 협조했는지, SPC의 ABSTB 발행 과정서 기술적·계약적 구조 설계나 채권 매각·유통에서 비정상적 역할을 했는지 등이다.
검찰이 다른 카드사나 ABSTB 발행을 주관한
신영증권(001720) 등이 아닌 롯데카드를 중점적으로 들여보고 있는 이유는 MBK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총 4816억원 규모의 카드대금 채권을 담보로 발행된 ABSTB 투자자들은 홈플러스가 경영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을 알고도 MBK파트너스가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동원했다며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이후 건전성 악화에도 올해 1분기에만 793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이는 당시 롯데카드 자기자본(3조6025억원)의 2.2%에 달하는 수준이다. ABSTB 보유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증권 매매 내역·계약서 등 비공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 낮춰도 원매자 없어…고배당·실적악화 '발목'
MBK는 지난 5월 초 매각주관사인 UBS를 통해 인수 후보군에 티저레터를 배포하며 매각 절차를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주요 금융지주 등 잠재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원매자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초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던 네이버(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등 플랫폼 기업들도 인수 의향은 없다고 밝히면서 인수 후보군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MBK는 2019년 롯데카드 지분 79.83%(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 59.83%·우리은행 20.0%)를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3년 만인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MBK가 3조원 이상의 몸값을 요구하면서 무산됐다. MBK는 이번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를 2조원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수 후보자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
업계에선 카드업 전망도 밝지 않은 데다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도 사들여야 하는 부담 등으로 2조원대의 매각가는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MBK파트너스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동반매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향후 롯데카드 리스크를 고려하면, 매각가는 인수 당시 금액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카드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 신뢰 하락으로 고객 이탈, 브랜드 가치 하락이 자명한 데다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정될 경우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 부과와 업무 일부 정지 등 행정조치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반 정도가 중대할 경우 카드 발급 권한 등에 제한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매각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수렴하자 업계 일각에선 MBK 인수 이후 수익성 악화, 고배당 정책 등이 그동안의 매각 가능성을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카드는 MBK 인수 이후 자산과 카드 이용 규모가 급증했으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수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는 저하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충당금과 이자비용 부담 증가로 경영 효율성이 악화한 가운데 배당은 적극적으로 늘리며 재무 악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ROA는 2023년 1.7%에서 2024년 0.6%, 올해 1분기엔 0.2%로 악화했고,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2%, 0.7%, 0.2%로 악화했다. ROE는 지난해 2.03%로 떨어지면서 신한카드(7%)와 삼성카드(8%), BC카드(7.47%)를 비롯한 다른 카드사와 비교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롯데카드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총 387억원으로, 배당성향이 28.6%에 달했다. 특히 KB국민카드와 BC카드 등이 실적 개선에도 배당하지 않은 가운데 롯데카드는 실적 악화에도 고배당을 실시, 과도한 투자금 회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검찰 수사에 따른 단기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신뢰 회복, 자본 조달,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등의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며 “매각가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