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NH투자증권(005940)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NH투자증권 내부에선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윤병운 현 대표이사의 연임이 불확실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기는 내년 3월이지만 대표 인선을 위한 내부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게다가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도 이목을 끌고 있다.
4년여 만에 영업이익 1조원 돌파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26.6% 증가한 1조5193억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4년여 만이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실적 호조세는 최근 국내 증시 호조로 거래 대금이 증가한 한편, 기업금융(IB)을 비롯한 NH투자증권의 주요 사업부문의 전반적인 실적 확대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037620)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올해 순수수료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1% 증가할 것”이라며 “증시 호조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확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IB부문의 수익 증가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적 호조와 긍정적인 시장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NH투자증권 내부에선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유는 윤병운 대표이사의 임기가 오는 2026년 3월로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인사는 올해 12월 발표 예정이지만 보통 대표 신규 선임이나 연임은 수개월 전부터 내부조율을 거치는 만큼 NH투자증권 리더십은 벌써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권에선 견제가 없어진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전횡이 자칫 국내 상위권 증권사인 NH투자증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해 NH투자증권은 신임 대표 선임을 앞두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 간 힘겨루기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유찬형 전 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이복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농협중앙회에 자회사 경영 개입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였던 윤병운 대표가 신임 대표이사로 추대됐다.
이를 두고 농협중앙회와 금융권 사이 1차전은 금융권의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최근 농협중앙회가 다시 농협 산하 금융계열사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2차전은 혼전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증권과 중앙회, 한 식구지만 달라
NH투자증권 대표 인사권을 두고 농협중앙회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는 이유는 농협중앙회와 산하 금융기관들의 업무와 조직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 57.54%를 보유한 농협금융지주다. 농협금융지주 지분은 농협중앙회가 100% 보유하고 있다. 여타 금융지주사와는 달리 비금융 협동조합이 그룹 전반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농협중앙회 회장은 지역 조합장이 참여하는 ‘조합장 직선제’를 통해 선임된다. 당연히 실력을 통한 검증보다는 조합장 간 내부정치가 회장 선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만 NH투자증권에 대해서 그간 농협중앙회는 경영 간섭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증권업이라는 특성상 전문성이 대표 선임에 우선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2014년 농협금융지주로 인수된 이후 김원규 전 대표와 정영채 전 대표와 같은 ‘증권맨’이 NH투자증권의 대표를 맡아왔다.
농협중앙회 코드인사 이번에도?
하지만 NH투자증권의 ‘독립경영’은 다시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강 회장의 코드인사가 다시 시작된 모양새다.
강 회장의 코드인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지난해 10월18일 열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 새로 임명된 농협 산하 신임 대표들이 모두 강 회장의 선거캠프 출신인 점을 따져 물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 49명이 내부 승진자가 아닌 외부 인사 또는 퇴직자들로 이뤄졌다는 점을 거론하며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심지어 농협대에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의 지적과 견제는 12.3 계엄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에 묻혔다. 이 틈을 타고 농협중앙회는 지난 연말 인사에서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9곳 중 NH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NH아문디자산운용, 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 6곳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NH농협은행 강태영 신임 행장은 강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병희 농협생명보험 대표와 송춘수 농협손해보험 대표는 강 회장과 같은 경상남도 합천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강 회장의 견제자 역할을 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2월을 마지막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강 회장의 NH투자증권 인사 개입을 막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월을 끝으로 임기를 다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증권업은 다른 금융업과는 달리 시장에 대한 이해와 업무 전반에 대한 경험이 중요하다"라며 "농협중앙회도 이 점을 알고 있겠지만, 무리해서 코드 인사를 단행한다면 국내 유력 증권사인 NH투자증권 경영이 난관에 부딪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실적 측면에선 현행 대표의 연임이 자연스러워 보인다"라며 "혹여 금융에 대해 경험이 없는 인사를 대표로 선임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