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한샘(009240)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후하게 지불한 것에 비해 주가는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샘은 김유진 대표 체제 이후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섰지만, 자산 매각을 통한 고배당이 향후에도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에도 자산 매각을 통한 고배당 정책을 지속할 전망이지만 재원 마련이 한계에 달하면서 전년 대비 배당 여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샘)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 전환…주가, 인수가 4분의 1 토막
한샘은 IMM PE가 2021년 인수한 이후 시장 불황과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배당을 지속해 왔다. 2022년 7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131억원을 현금 배당했고, 2023년에는 순손실 규모가 621억원, 배당재원이 140억원에 불과했음에도 현금 747억원을 배당에 태웠다. 지난해엔 전년 2배 수준인 1416억원을 배당했다.
주당배당금(DPS)으로 보면 고배당 성향은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한샘의 연간 DPS는 2022년 800원, 2023년 4500원, 2024년엔 8530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는 서울 상암동 소재 본사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포함되었는데, 배당성향이 94%에 달했다.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인 수익 외에도 주요 자산 매각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대부분 배당으로 나눴다는 것이다.
고배당을 지속하기 위한 자산 매각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200억원 규모의 상암 사옥 매각에 이어 올해 2월에는 1호 오프라인 매장인 '한샘디자인파크 방배점'을 39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한샘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자산을 팔아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지난해 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4억원 줄었고, 올해 1분기엔 –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본연의 사업만으로 배당을 지속할 수 없는 구조다.
반면 고배당 정책으로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 유출은 2023년 604억원에서 지난해 1625억원으로 2.7배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94억원으로 배당에 따른 현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IMM PE은 한샘을 인수한 지 4년째로, 엑시트를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도 고배당을 통한 ‘본전 뽑기’를 계속 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가치는 매년 하락, 인수 당시 후한 프리미엄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IMM PE는 2021년 12월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 외 7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652만1509주(27.71%)를 1조4413억원에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랐다. 당시 한샘의 주가는 9만6000원이었지만, 주당 인수가는 22만1000원이었다. 그러나 10일 종가 기준 한샘의 주가는 4만9650원에 불과하다. 인수 당시 주가와 비교하면 반토막, 주당 인수가와 비교하면 4분의 1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비용 절감 나섰지만…중국 법인 정리 과정서 손실 늘어나
한샘은 2023년부터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중국 현지 법인 정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 자회사 정리를 통해 적자 구조를 탈피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리 과정에서 수취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내 현지 생산법인 ‘Hanssem (China) Interior Co., Ltd.’과 관련된 매각 양해각서(MOU) 교환 후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 상하이 법인 등에서 약 122억원 규모의 수취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설정됐다. 이는 중국 현지 법인에 운영자금 목적으로 빌려준 금액이다. 중국 현지 법인 경영 악화로 인해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대부분 손실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해외사업 환산손익도 –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8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수익성은 2023년 7월 김유진 대표 선임 이후 개선되는 추세다. 한샘은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2조9억원에서 2023년 1조9669억원, 2024년 1조9084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17억원에서 19억원, 312억원으로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도 –713억원, -622억원에서 지난해 151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공급망 최적화와 지속적인 원가율 개선이 수익성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1%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자산 매각 등 외형 축소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기본적인 영업활동에서 현금창출력을 상실한 가운데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037620)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올해 현금 배당은 지난해 상암동 사옥 매각과 주주환원 재원 활용으로 전년 대비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