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요건 매년 턱밑까지…DB하이텍 주가에 좌우실질적 지주사 DB Inc. 재무 부담 ‘빨간불’지난해 말 부채비율 135%·순차입 1995억원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DB(012030)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DB)가 보유한 주력 계열사
DB하이텍(000990)의 지분 가치가 상승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DB그룹은 2022년과 2023년에도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적 분할이나 자회사 흡수합병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매년 반복되는 '지주사 딜레마' 속에서 단기적인 주가 조절이나 사업부 분할과 같은 임기응변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주사 요건 또다시 근접…매년 반복되는 회피 의혹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최근 4년 연속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았으나, 올해 역시 자회사 DB하이텍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지 않게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계가 5000억원을 초과하고 자회사 주식가액이 전체 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해당 기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2024년 말 기준 DB의 자산총계는 8111억원이며, 보유 중인 DB하이텍 지분 18.63%의 가치는 약 3408억원으로 자산의 42.02%를 차지한다. 만약 DB하이텍 주가가 5만4919원을 넘어설 경우 지분 가치는 전체 자산의 50%를 초과해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DB하이텍은 DB그룹의 제조부문과 지배구조를 지탱하는 핵심 계열사로, 주가 변동은 최대주주인 DB의 지주사 전환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DB그룹의 대응이 시장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DB는 매년 5월경 공정위로부터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은 뒤, 주가 하락 유도나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회피 전략을 펼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에는 DB하이텍 팹리스 사업부의 물적분할을 통해 주가를 하락시켰고 올해는 자회사 DB메탈을 흡수합병해 자산총계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요건을 피했다는 평이다.
지주사 전환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DB그룹은 앞서 연례적인 구조조정과 물적불합, 합병 등으로 시장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주사 전환이 된다면 2년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라며 "현재는 관련 사안에 대해 진행 중인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비상장 지주사 지배력 고착화 논란…오너 중심 구조 비판 확산
DB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일가 중심의 지배구조에 있다. 현재 DB는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비롯해 장남 김남호 회장, 장녀 김주원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총 43.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배구조 최정점의 회사다. DB 아래로는 DB하이텍, DB글로벌칩, 동부철구, DB기술, DB메탈 등 주요 계열사가 연결되는 구조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주사 전환 시 다양한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현재의 경영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오너일가에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장 자회사 지분율 30% 확보 의무는 막대한 자금 지출로 이어져 실질적인 부담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DB가 현재 수준에서 추가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별도기준 DB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1901억원에서 2024년 712억원으로 62.5% 이상 급감했다.
반면 지난 행동주의 펀드 KCGI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DB는 차입을 일으켜 DB하이텍 지분율을 18.63%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자금을 조달한 결과 재무건전성은 악화된 상황이다. 부채비율은 2022년 39.4%에서 2023년 113.0%, 2024년 135.0%로 급증했고, 순차입금도 381억원에서 1995억원으로 423.6%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DB하이텍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경우, 과거처럼 사업부 분할이나 자회사 합병 등 우회 전략이 재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팹리스 사업부 물적분할처럼 특정 사업부를 분할한 뒤 매각하거나 상장을 추진해 자회사 지분 가치를 낮추는 방식은 일시적인 주가 하락을 유도해 지주사 요건 회피 효과를 낼 수 있다. 자회사 간 합병을 통한 자산총계 증가도 유력한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DB는 오너일가가 사실상 사금고처럼 운영하고 있는 구조로 보인다"며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는 반복적인 행태는 기업 투명성을 훼손하고,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