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전 지분 승계…또 1000억원 재원 압박
증여세 960억원대 추산…1년 만에 다시 자금 마련 필요
이전처럼 주담대로 증여세 마련할 것으로 보여
수익성 둔화에 인터내셔날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아
공개 2025-05-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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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했던 신세계(004170) 지분 전량을 딸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정 회장은 다시 한번 재원 마련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번 증여는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으로 당시 정 회장은 증여세 마련을 위해 1200억원 상당의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세금을 마련한 뒤 지난해 이를 일시 상환한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의 증여세 납부가 예상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정 회장이 1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쏠리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내수 부진과 경쟁 심화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의 본격적인 독자 경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신세계)
 
증여세 1000억원에 육박…주담대 재활용 유력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유경 회장이 증여받는 지분은 10.21%으로 증여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간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시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은 20%가 할증된다. 결과적으로 증여받는 주식 가치에 20% 할증한 가액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날 종가 기준(16만2600원)으로 정유경 회장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는 약 962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 총괄회장은 보유 주식(10.21%)을 정 회장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정유경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8.95%(182만7521주)에서 29.16%(281만2039주)로 늘어난다.
 
이번 증여는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 및 책임경영 본격화를 위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139480) 지분을 20% 할증 매입한 데 이어 정유경 회장 역시 신세계 지분 증여를 통해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시장에서는 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책으로 다시 주담대를 활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그룹에서 받은 배당금은 103억8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5.3% 감소했다. 증여세 규모를 고려하면 배당금만으로는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경 회장은 지난해 12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전액 상환하며 재정적 여력을 확보했다. 당시 연 4.99%라는 높은 이자율과 연간 60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으로 인해 주담대를 상환했다. 이 대출은 2020년 증여받은 신세계 지분(8.22%)에 해당하는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당시 세금 규모는 1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 회장이 과거 주담대를 적극 활용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주담대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금리 상황과 주가 추이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고 적합한 방법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룹 계열사 실적 악화 부담…지분 매각 카드는 ‘글쎄’
 
주담대 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유경 회장은 현재 신세계 외에 그룹사 중 유일하게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14%를 보유하고 있고 과거에도 증여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총괄사장 부임 이후 9년 만이다.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둔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본격적인 독자 경영의 첫 단추로 지분 매각 카드를 내놓을 경우 시장과 주주의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세계는 2023년 매출 6조3571억원에서 지난해 6조5704억원으로 외형적 성장을 이뤘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5.44%, 40.19% 감소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통상임금 부담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으나 지속되는 고물가와 위축된 소비심리 등 시장 악재들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 1조3086억원과 영업이익 2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4%, 45% 감소했다. 특히 핵심 사업인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매출은 9.05% 줄어든 8937억원에 그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패션업계 침체 상황에서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은 회사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 회장 입장에서도 가능한 이를 최대한 피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남매 간 지분 확보 방식이 다른 것은 당시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한 것”이라며 “증여세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공시된 사항 외에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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