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양동원 하나저축은행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임기 첫 분기 실적이 적자인데다 4대 금융 계열 저축은행 중 손실 법인은 하나저축은행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충당금 전입 확대가 다시 발목을 잡은만큼, 우량 차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사진=하나금융)
4대 금융 계열 저축은행 중 유일 적자
9일
하나금융지주(086790)에 따르면 하나금융저축은행은 올 1분기 1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이 322억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전년 절반가량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낙폭이 크다. 당해 1분기 하나저축은행은 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와는 170억원 차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올 1분기 KB저축은행은 62억원, 신한저축은행은 68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은 37억원 등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하나저축은행의 적자가 더욱 아쉬운 이유다. KB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적자를 내다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한 부분도 눈에 띈다.
하나저축은행의 적자는 부실자산 감축 속도로부터 발생된다. 하나저축은행을 제외한 4대 금융 계열 저축은행은 모두 총여신 규모를 줄였다. 하나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총 여신 규모는 2조407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865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KB저축은행은 2468억원, 신한저축은행은 2727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은 418억원 규모를 줄였다.
4대 금융 계열 저축은행의 선택과도 상이한 전략이지만, 하나금융 전체 기조와도 흐름이 다르다.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지난해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위해 대출 규모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말 원화 대출은 302조1890억원으로 3개월 만에 1% 줄었다. 가계대출이 증가했음에도 기업 대출이 같은 기간 3.2% 감소해서다.
하나저축은행이 부실 대출 감축 속도를 올리는 대신 여신 확대를 선택하면서 충당금 등 전입액도 증가했다. 올 1분기 하나저축은행은 충당금전입액을 전년 163억원에서 324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렸다. 충당금이 불어난 탓에 이자 이익 규모는 전년 동기와 같은 264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올해는 적자 법인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해 없던 매매평가익이 10억원 발생했음에도, 큰 규모로 확대된 충당금을 상쇄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포트폴리오 변화·인력 충원 '집중'
하나저축은행은 올해 부실자산 감축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업종 관련 여신 연체율이 오르면서 관련 신용공여액을 적극적으로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전성과 수익성의 밸런스를 맞춰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1분기 타 행 대비 부진한 실적과 더불어 위험가중자산 축소라는 과제도 직면하면서 양동원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구조적 딜레마가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저축은행의 수익구조는 은행 대비 단순하다. 여신이 대부분이라 규모에 따라 수익기반이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충당금을 큰 규모로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부실자산 매각 속도를 늦추게 되면, 수익성과 건전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나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업자금대출 대신 가계자금대출과 공공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2024년 하나저축은행의 기업자금대출 규모는 1조1262억원으로, 전년 1조1886억원 대비 줄었으나 가계자금대출은 2103억원, 기타 대출은 386억원 커졌다. 지난해 부동산 업종별 신용공여 연체율만 18.1%, 연체액이 1095억원에 달하는 만큼 관련 여신을 적극적으로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대표 부담이 커지는 이유는 지난해 선임 과정에서 위험관리 능력과 영업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에서 호남영업그룹장(부행장)을 거친 만큼 다방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데다, 그룹과의 소통도 원활히 수행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CET1) 비율 상승과 더불어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올해 주요 과제로 삼은 만큼, 양 대표도 보폭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지원군도 충원했다. 새 구성원은 전상윤 이사로, 하나증권과 하나은행을 고루 거친 인물이다. 심사 본부를 총괄하게 되는데, 우량 여신을 확보하는 것이 저축은행의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심사 본부 신임 리더로 선임했다고 풀이된다.
하나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량 차주 확보를 위해 정기적으로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와 심사기준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