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강, 철강 아닌 청과로 자회사 손실 '커버'
지난해 해외 철강 자회사 수익 총합 '마이너스'
'서울청과'만 순이익 127억원 달성…매년 성장
과일 도매사업으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 바탕
공개 2025-05-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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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제강(002240) 자회사들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철강 사업과 무관한 청과류(과일과 채소) 도매사업 자회사 서울청과가 높은 순이익으로 자회사 부진을 완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청과류 도매상이 전국 청과물 유통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 구축된 탓에 도매상의 순이익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청과의 순이익도 전년대비 19% 증가하는 등 고려제강 자회사 중 가장 성과가 뛰어났다. 이에 서울청과가 고려제강의 연결기준 순이익 감소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전망이다.
 
(사진=고려제강)
 
깊어지는 철강 자회사 부진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제강 연결대상 자회사들의 순손실 합계는 36억원으로 전년대비(순이익 합계 38억원)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적인 철강 선재 공급 과잉 현상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고려제강의 연결대상 종속기업 24개 중 23개가 철강 선재와 관련된 사업 자회사로 철강 산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러한 자회사들의 순손실은 고려제강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고려제강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499억원이었지만, 연결기준 순이익은 329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들의 순손실 합 36억원보다 더 큰 폭으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그룹사 간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 빠졌기 때문이다.
 
회계원칙상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은 연결기준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는다. 고려제강의 연결기준 자회사 대부분이 철강 선재의 생산 혹은 판매와 관련된 법인인 관계로 그룹사 사이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고려제강과 특수관계자 자회사 사이의 매출·매입 거래 규모는 3323억원으로 그룹 전체 연결 매출(2024년 기준 1조7396억원)의 19%에 달했다. 자회사들 사이의 내부거래를 반영하면 거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선재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에 해외 자회사들의 순손실 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재가 주로 사용되는 자동차 산업이 관세 전쟁 여파로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대당 사용되는 철강 선재의 양이 일정하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량과 매출이 직결된다.
 
아울러 철강 원료 가격도 1톤당 100달러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 철광석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제품 1단위당 발생하는 수익성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회사들이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순이익을 개선하기 어렵다. 전방산업과 원료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당장 자회사들이 고려제강의 연결 당기순이익 증가에 당장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일사업 순이익·성장률 '두각'
 
다만, 철강 선재 사업과 무관한 과일도매사업 자회사 서울청과의 순이익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당기순손익 기준 서울청과의 순이익 규모는 고려제강 연결대상 자회사 중 가장 컸다. 이에 고려제강 연결대상 자회사들의 순손익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커졌다.
 
서울청과는 과일도매유통사업을 하는 고려제강의 100% 자회사로 매년 높은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청과는 청과류 도매 거래액에 비례한 경매 수수료를 주요 매출원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서울청과 매출은 424억원, 당기순이익은 127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와 비교했을 때 매출(331억원)과 순이익(107억원) 모두 증가했다. 고려제강의 주요 연결대상 철강 자회사의 순이익이 지난해 50억원을 밑돌거나 순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순이익 측면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철강 선재 사업과 연관성도 없는 까닭에 서울청과는 고려제강과 별도의 특수관계인 거래가 없다.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자회사의 이익을 제거하는 과정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청과의 순이익은 온전히 고려제강의 연결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다른 철강 연결 자회사들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을 제거한 탓에 고려제강의 연결 당기순이익을 더 축소하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철강과 비철강 사업 사이 순이익 흐름이 대조되면서 서울청과 순이익이 고려제강 연결 자회사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경우든 수수료 매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과물 도매 거래량이 줄어들면 청과물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매출이 늘고, 청과물 거래량이 늘어도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
 
전방산업의 영향에 따라 매출과 이익 규모의 등락이 큰 철강 사업과 대조적이다. 아울러 소수의 도매법인으로 집중되는 청과물 유통량도 안정적인 사업 기반이다.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청과물 생산량의 50.5%가 도매유통상에게 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국내 청과물 도매상이 청과물 유통시장을 과점하는 형태다. 이에 서울청과가 향후 고려제강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에서 서울청과가 차지하는 비중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려제강 측은 향후 서울청과의 순이익 확대에 따른 기여도 증가 가능성 등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서울청과의 이익 수준이 안정적인 까닭에 전방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해외 철강 자회사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라며 “모회사 고려제강의 당기순이익(지난해 별도기준 499억원) 포함한 전체 연결 손익계산서를 보면 서울청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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