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이 상당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중견 제약사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 문을 두드리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산업 고도화 흐름 속 경영 전략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부터 승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일 거라는 예측까지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들이 IPO 출사표를 던지게 된 배경과 함께 표면적인 명분부터 그 이면에 숨겨진 이유까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40년 이상 비상장사로 운영되며 중견 제약사로써 입지를 다져온 삼익제약과 명인제약이 뒤늦은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견고한 매출과 실적 기반을 갖춘 이들은 IPO로 자금을 조달해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표명하고 있다.
(사진=삼익제약, 명인제약 각사 홈페이지)
삼익제약·명인제약, 예비심사 승인 받으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 돌입
11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KIND에 따르면 지난달 삼익제약과 명인제약이 차례로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삼익제약은 지난 5월 스팩(SPAC) 소멸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 예심을 청구했으며, 명인제약은 이에 앞선 4월 코스피 시장 신규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
삼익제약과 하나28호스팩의 합병비율은 1대 0.2809383이다. 합병 임시주주총회는 8월29일 열릴 예정이며 예상 합병 기일은 9월30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10월21일이다. 명인제약은 신주 34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총 발행 주식 수는 약 1120만주에서 1460만주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1980년 설립된 삼익제약은 의약품 제조·판매업을 주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연도별로 2022년 468억원, 2023년 512억원, 2024년 559억원, 올해 1분기 140억원의 매출을 시현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도 2023년 5.5%, 2024년 6.6%, 올해 1분기 7.2%를 기록하며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세자르정, 에라빅스정 등 순환기용제 매출이 전체 매출의 47.2%를 차지했으며, 그리핀정, 디파글루정 등 당뇨병용제 매출이 10.1%를 차지했다. 이 밖에 CMO 사업 부문 매출은 9.5%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익제약의 유동비율은 323.8%, 부채비율은 24.60%다. 특히 최근 3년간 외부 차입이 존재하지 않는 등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명인제약 역시 1988년 설립돼 국민 잇몸약 '이가탄'과 변비약 '메이킨' 등으로 입지를 다져온 중견 제약사다. 치매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생산이 주력이며,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
연도별 매출액은 2022년 2258억원, 2023년 2423억원, 2024년 2694억원으로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59억원에서 927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평균 34%에 달해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비율은 865%, 부채비율은 9.38%로 집계돼 재무 구조 역시 탄탄하다.
수익·재무 구조 탄탄…추가적인 자금조달 필요성 의문
이처럼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과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춘 중견 제약사들이 연이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그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IPO의 목적으로는 자금 조달, 신뢰도 향상 등의 효과가 거론되는데, 이들의 경우 추가적인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명인제약보다 한 발 빠르게 예심 승인을 받은 삼익제약은 이미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하며 상장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이들이 상장을 선택한 표면적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통상적인 효과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삼익제약은 상장 추진 이유로 △대외신용도 개선을 통한 회사 이미지 제고 및 신뢰성 확보 △생산시설 확장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 확대 △경영환경 투명성 확보와 주주이익 극대화 등을 명시했다.
회사는 이번 합병상장을 통해 약 160억원의 자금조달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공장별관 신축과 기계설비투자, 연구개발투자 등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공장별관 신축에 87억원, 생산설비 증설에 12억원을 투입하며, 이 밖에 연구개발비용으로는 45억원, 기타 운영자금으로 45억원을 책정했다.
명인제약의 경우 아직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상장 목적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R&D 비용의 확보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업 신뢰도 제고 등을 상장의 주목적으로 꼽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견 제약사들의 상장 도전은 일반적인 바이오 벤처들의 엑시트 전략과는 달리 자금 확보를 통해서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 전반의 외연을 확장하는 등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차원에서 약간 뒤늦은 도전을 택하는 케이스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