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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30조원 규모 코스닥벤처펀드 조성해야
코스닥에 기관투자자들 뛰어들어야 기술기업 싹 터
민간자금 활성화 위해 펀드 수익률 공개할 것
공개 2025-04-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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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5일 제16대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VC협회장 선거 사상 처음으로 후보자 간 경선을 통해 선출됐다. 국내 주요 투자사들이 그의 공격적인 공약과 뚜렷한 비전에 주목하며 지지를 보낸 결과다. VC업계의 갈증을 반영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김 대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 생태계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16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늦었지만 협회장이 되신 것을 축하한다. 어떤 강점으로 선출되었다고 생각하시나?
△강점이라고 하기엔 2표차에 불과했다. 다른 후보 분들이 역량이나 평판도 더 뛰어났다. 강점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VC업계에서 고민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공약적으로도 업계 관계자들을 대신해 가려운 부분을 잘 소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30조원 규모의 코스닥벤처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코스닥 시장의 문제는 복잡하지만 우선 기관투자자들이 계속 받쳐줘야 고부가가치 산업이 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고,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랑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쉽게 말해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은 코스닥에 상장해도 기관투자자들이 달려들지 않는다.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된 기업들도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공급이 없다면 성장하기 힘들다. 물론 옥석 가리기도 게을리해선 안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입되는 인풋 자체가 우리나라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우린 늘 부족한 자원에서도 경쟁력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30조원 규모의 코스닥벤처펀드를 주장한 이유는 단순 투자금 회수(엑시트) 목적이 아닌 펀더멘털을 보고 뛰어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다. 혁신기업이 성장해야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
 
-많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가진 기술을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기관투자자들이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 않는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술의 시장성이라는 요소만으로 접근하면 아무런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 기술은 후속 투자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영을 통해 시장을 점유해 나간다. 테슬라의 사례가 그렇다.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코스닥은 코스피 상장사와 비교해 기관투자자들이 경영 개입이 덜한데, 그 이유는 주가만 올린다는 생각으로 뛰어드니 단순 엑시트 목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지만 벤처 투자자들도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수익이 실제로 입증하고 있다. 3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자는 주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위한 목적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인 코스닥 시장에 기관투자자들이 뛰어들어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싹을 틔울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현재 코스닥 시장에 불만이 많다. 말씀대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투자자들 때문인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이 같은 여론을 수용해 기관투자자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다.
△문제에 정답은 없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너무 미리 앞서 사고 날 일을 걱정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은 필요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오히려 코스닥 생태계 자체가 더욱 투기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제도가 정비되고 도입되어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 더욱 활성화된다. 개인투자자들만 보호하려고 도입되는 제도들이 생태계 전반을 모두 죽이고 있진 않은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코스닥 시장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비해 나간다면 생태계 전반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선진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그동안 공적자금이 생태계를 견인해왔지만, 이제는 민간 위주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민간 위주의 자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펀드 수익률을 세분화해 공개할 계획이다. 관련 데이터를 많은 사람들이 알기 쉽게, 편하게 가공해서 공개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VC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VC펀드는 위험하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모태펀드나 성장금융을 보면 그렇지 않다.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s)의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펀드 조성 연도나 업력, 투자분야 등 다양한 기준으로 펀드 수익률을 집계해 발표하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모험 자본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안전하고 수익률도 좋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싶다. 물론 포트폴리오의 모든 개별 투자가 완벽할 수는 없다. 야구를 예로 들자면 9할, 10할 타자는 없다. 타율이 3할이면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세 번 중 두 번 실패하는 이런 선수들이 모여 게임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다. 이것이 벤처 펀드의 특성이다. 절대 위험하지 않다.
 
-향후 VC협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가?
△대외적으론 코스닥벤처펀드 조성과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문제는 정책당국이랑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다. 특히 퇴직연금 출자 문제는 그동안 전임 회장이 애써왔지만 번번이 좌절됐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내부적으론 예비창업자 교육을 활성화하고, 업계 내에서 펀드의 손바뀜이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협회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저력이 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홍준표 IB토마토 홍준표 기자입니다. 가치 있는 내용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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