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삼성화재(000810)가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도 보험업계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본자본 K-ICS는 금융당국이 자본적정성 질적 관리를 위해 새롭게 마련한 규제다. 후순위사채 발행으로 보완자본 확충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해당 비율이 낮게 나온다. 당국은 이와 함께 비상위험금준비금 한도도 정비했는데,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나 향후 배당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요구자본 차이 적어도 기본자본 크게 앞질러
K-ICS 비율은 보험사의 지급여력 수준을 나타내는 자본적정성 지표다.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방식으로 산출한다. 여기서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은 자본의 손실흡수성 수준에 따라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분된다. 이번에 당국이 마련하는 기본자본 K-ICS 비율은 보완자본을 고려하지 않고 기본자본만 반영한다. 자본의 질적 측면을 들여다보겠단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기본자본 구성에는 ▲보통주 ▲스텝업(발행 금리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올림)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자본조정 등이 있다. 보완자본의 경우 기본자본 대비 손실흡수성이 제한되는 것으로 ▲스텝업 조항이 있는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사채 ▲해약환급금 부족분 상당액 중 해지위험 초과분 ▲배당보험계약의 요구자본 상당액 ▲사외 적립한 순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자산 상당액의 50% 등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부터 K-ICS 비율을 올리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와 같은 자본성증권 발행을 크게 늘렸는데,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을 늘리는 요인이다. 후순위채 발행을 대규모로 한 곳은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본래 K-ICS 비율 대비 미흡할 수 있다.
삼성화재가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높은 이유는 K-ICS 분모인 요구자본이 손해보험 경쟁사 대비 3089억원~3조7400억원 정도 많은 반면 분자인 기본자본은 6조6577억원~10조8614억원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 최소 차이가 나는 곳은 손해보험사 2위인 DB손해보험이고 가장 많은 격차는 메리츠화재다. 이는 삼성화재가 생명·장기손해·일반손해·시장·신용·운영 등 요구자본에 반영하는 각종 위험액을 경쟁사 대비 우수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기본자본에 속하는 이익잉여금 등 핵심 수익성을 크게 앞질러 갔다는 뜻이다.
생명보험 업계의 경우 보유계약 특성상 K-ICS 내 가용자본·요구자본 규모가 손해보험사보다 더 크게 잡힌다. 그럼에도 삼성화재보다 기본자본이 많은 곳은 삼성생명뿐이다. 삼성생명은 기본자본이 삼성화재 대비 훨씬 크지만 요구자본도 많아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낮게 형성됐다.
기본자본 K-ICS 비율이 우수하면 자본적정성의 질적 수준이 높다는 뜻인 만큼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IFRS17 제도 아래서 조정되고 있는 각종 계리적 가정(보험 손해율과 해지율 등)이나 경제적 가정(보험부채 할인율) 영향력이 덜하다. 영업 측면에서는 신계약을 공격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비상위험준비금 한도 정비…배당가능이익 4000억원 증가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K-ICS 비율과 함께 조정하는 비상위험준비금 제도 개선은 배당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는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일반보험의 대형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 적립해 놓는 계정이다. 이익잉여금 하위 항목이자 법정준비금으로서 배당 가능한 이익에서 차감된다. 비상위험준비금은 화재보험, 보증보험, 특종보험 등 일반보험 종목별로 한도가 10%p~100%p 범위에서 조정되는데, 당국이 추정하는 준비금 적립액 감소 금액은 약 1조6000억원이다.
KB증권 리서치에 의하면 비상위험금준비금 규모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화재 2조8410억원 ▲DB손해보험 1조6550억원 ▲현대해상 1조3310억원 ▲메리츠화재 3844억원 정도다. 제도 개선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배당 가능한 이익은 ▲삼성화재 3900억원 ▲DB손해보험 3400억원 ▲현대해상 2800억원 ▲메리츠화재 800억원으로 언급된다.
다만 2~3위권 보험사들은 일부가 배당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재개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배당은 가용자본 감소에 따른 K-ICS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IFRS17 체계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대규모로 적립해 배당가능한이익 확보도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로선 1위사인 삼성화재가 더 부각되는 국면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위권 보험사도 배당을 시행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배당가능이익을 늘려 배당 재개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면서도 “이 경우도 실질적으로 유의미하게 반영되는 것은 내년이나 그 이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