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캐피탈 업권이 지난해 4분기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난다.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채권에 대해 상·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자산건전성은 개선된 반면 수익성은 저하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구조조정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 올해도 추가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4분기 부실채권 7313억원 상·매각…건전성 지표 개선
1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21개 캐피탈사는 지난해 4분기 가결산 기준 총 7313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신용등급 AA급 13개사가 3773억원, A급 이하 8개사가 3540억원이다.
구조조정 방식에는 크게 상각과 매각이 있다. 상각은 자산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회계상으로 비용 처리한 것이다. 채권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시행할 수도 있다. 매각은 기본적인 채권 매매부터 경·공매, 수의계약까지 포함한다. 상·매각 외에 다른 금융기관으로 대환, 준공 후 일반부동산담보대출 전환, 상환 등도 반영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탈사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PF 정리를 대손충당금 적립과 대손비용 인식 중심으로 해오다가 경·공매에도 적극 나선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 PF대출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전면 개편했는데, 당시 부실한 PF 사업장에 대한 속도 있는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들을 빠르게 정리하거나 재구조화하라는 압박이었다. 사업성 평가는 11월 2차까지 실시됐고 4분기에 본격적인 정리 작업이 이뤄졌다.
구조조정 결과, 자산건전성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부실채권에 해당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3분기 3.6%에서 4분기 3.1%로 0.5%p 하락했다. 3분기 수치는 연초 대비 0.8%p 올랐던 상황이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도 8.7%에서 8.0%로 0.7%p 내려갔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대비 커버리지 비율은 77.0%에서 104.0%로 회복됐다. 이는 부실채권 발생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충당금이 어느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100%를 넘어서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6월 사업성 재평가에 따라 브릿지론 중 상당수가 고정이하로 편입됐다”라면서 “4분기에는 브릿지론 부담 수준이 높은 업체들 중심으로 대규모 상·매각이 진행됐고, 그 결과 업권 전반의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라고 평가했다.
유의·부실우려 대상만 2.7조원…올해도 구조조정 계속
건전성과 달리 수익성 측면에서 적자가 난 곳도 다수 있다. 부동산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과 투자금융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신용등급 AA급에서는 하나캐피탈·신한캐피탈·미래에셋캐피탈이, A급에서는 한국투자캐피탈·MG캐피탈(구 M캐피탈)·iM캐피탈이 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권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로 전년도 대비 0.3%p 하락했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1%로 0.4%p 떨어졌다. 특히 부동산 PF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A급 이하 캐피탈사 부진이 컸다. A급 캐피탈사 ROA는 0.7%로 반토막이 났다.
부동산금융과 PF 구조조정 (사진=연합뉴스)
PF 구조조정이 올해도 계속될 예정인 만큼 수익성 추가 악화 가능성도 따른다. 캐피탈 업계는 기본적으로 PF 양적 부담이 큰 편이다. 지난해 9월 실시한 제2차 사업성 평가 당시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규모는 금융권 전체가 22.9조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여신전문금융사는 2.7조원이었다. 유의·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은 처리 대상이다.
반면 구조조정 이행률은 금융당국 계획보다 더딘 상황이다. 1차 사업성 평가 당시 정리하거나 재구조화해야 할 사업장 규모는 약 20조9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완료된 물량은 5조2000억원 정도로 비중이 24.9%에 불과하다. 캐피탈 업계는 지난해 4분기 정리한 규모를 감안하면 전체 평균보단 이행률이 높지만 처리해야 할 물량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는 평가한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반기부터 상·매각 작업이 시행됐지만 실질적으로 정리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말 정도였다”라면서 “아직은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각과 매각을 하면 기존 자산 대비 할인이 들어가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할인율이 어느 정도 잡힐지는 개별 물건마다 다르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