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첫 타깃으로 코웨이가 지목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코웨이를 시작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거나 주주환원율이 낮은 기업들을 향한 주주 행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현황과 그 배경을 분석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올해 첫 행동주의 캠페인의 타깃이 된 기업은
코웨이(021240)다. 최근 제품과 지역을 다각화하면서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저평가와 낮은 주주환원율이 원인이 됐다. 이에 당초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코웨이에 자본구조 효율화와 함께 주주환원율을 연결 당기순이익의 90%로 상향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주주환원율에 대한 요구를 철회하면서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보다 이사회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4년형 아이콘 얼음정수기 모습. (사진=코웨이)
얼라인, 주주환원 철회했지만 재요구 가능성 상존
14일 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에 요구했던 당기순이익 90% 환원을 철회했다. 앞서 얼라인은 목표자본구조 정책 도입과 주주환원정책 개선과,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목표자본구조 정책 도입과 이에 기반해 보다 개선된 주주환원정책 △MBK파트너스(MBK) 시절과 동일한 배당성향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집중투표제와 주요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방안 등이다.
특히 얼라인은 주주서한에서 "넷마블의 지분 인수 직후 이뤄진 주주환원의 급격한 감축이 귀사(코웨이)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라며 "MBK가 최대주주이던 시절 평균 91% 수준이었으나 2020년 넷마블이 최대주주가 된 직후 20% 내외로 축소됐다. 이는 자본의 과다 내부 유보로 인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하락 그리고 밸류에이션의 큰 폭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종안에서는 주주 환원율 90% 요구가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배당성향 확대를 주장해왔던 것과 상반된다. 얼라인 측은 코웨이가 회신을 통해 1분기 중 발표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공개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이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주주환원과 자본배치 정책 관련 주주제안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얼라인은 주주 환원율 90% 요구는 철회했지만, 코웨이의 밸류업 플랜에 납득 가능한 수준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주주로서 추가적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향후 주주환원과 자본배치 정책과 관련해 재요구를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다음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주주환원율 상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주주 제안이 들어와야 주총에서 해당 제안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율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
코웨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주주환원율 40% 유지
일각에서는 코웨이가 얼라인이 요구한 대로 사외이사와 집중투표제 등을 의안으로 상정한 만큼 양측 간의 협의가 이미 이뤄졌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코웨이는 주주총회 2-1호 의안으로 얼라인 파트너스가 제시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에서는 얼라인 파트너스가 제안한 사외이사 이남우씨에 대한 선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일괄 표결 후 보통결의요건 충족 후보자가 3인 초과 시 다득표 순으로 3인의 이사를 선임 결의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로 선임되지 않는 감사위원회 후보자에 관한 의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다만,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서 주주환원율을 연결 당기순이익의 40%로 상향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특히 40% 수치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실질 예상 현금흐름에 기초한 현금 유·출입 규모를 예측한 뒤 이를 토대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재무 레버리지의 균형점을 찾았으며 미래를 위한 투자와 현재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 등 다양한 부분까지 고려해 도출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코웨이의 배당 여력은 넉넉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은 2조9642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잉여금이란 배당의 재원이 되는 돈으로 매년 발생한 당기순이익이 누적되면서 만들어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코웨이의 이익잉여금이 2조8661억원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만에 이익잉여금 981억원이 더 쌓인 것이다.
이미 중단기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만큼 얼라인의 주주환원율 상향 요구를 수용할지도 관건이다. 앞서 얼라인은 지난 2023년에도 7대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를 상대로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주주환원율 확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얼라인이 캠페인을 진행한 이후 금융지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나타낸 지표인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우리금융지주(316140)는 2022년 26.19%에서 2023년 29.82%로 3.63%포인트 확대했다. 2021년(25.29%) 대비 2022년 배당성향이 0.9%포인트 성장한 것과 대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다만, 총주주환원율은 33.7%에 그쳤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IR자료를 통해 향후 주주환원율은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되려 배당성향을 줄인 지주사들도 있다. 특히
DGB금융지주(139130)는 2022년 26.8%에 이르던 배당성향을 2023년 23.6%로 약 3.2%포인트 줄였다. 다만 2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면서 주주환원율은 28.8%로 직전년도 대비 1.4%포인트 확대됐다. 당시 DGB금융지주는 향후 3년간 총 주주환원율을 40% 이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얼라인파트너스 주주 제안 안건의 요건 충족 여부와 적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주주총회 안건에 반영했다"라며 "전일 발표한 밸류업 계획 역시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다각도로 살펴본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