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설립 결정…조달은 '지금'이 적기
2029년 가동 목표 미국 제련소 설립 결정
주주 출자금·투자자 대출 등 재원 마련
실적 개선 등 조달 자금 유리한 조건 확보
공개 2025-12-1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17: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아연(010130) 이사회가 2029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내 제련소 설립을 결정했다. 제련소 설립 재원은 주주 출자금 및 투자자 대출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에 조달 측면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올해가 최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익과 현금창출력이 클수록 조달 조건이 유리해서다. 고려아연의 현금창출력은 귀금속 및 전략광물 가격 상승에 올해를 기점으로 한단계 높아졌다. 다만,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부채 확대 소지가 높아졌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사진=고려아연)
 
대출 외부 자금으로 조달…실적 성장에 조달 조건 유리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미국 내 아연 및 전략광물 제련소 건설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는 최대 11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초기 제련소 건설 자금은 고려아연과 미국 내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 미국 전쟁부 등 정부가 나눠서 부담한다. 이를 위한 미국 측 투자자의 합작사(크루시블 JV, Crucible JV LLC)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2조8508억원을 출지한다.
 
미국 측 투자금에 고려아연 자체 자금을 더한 3조 7105억원이 크루시블 홀딩스(Crucible Metals Holdings, LLC)에게 이전되며, 크루시블 홀딩스는 자회사 크루시블 메탈스(Crucible Metals, LLC)에게 제련소 건설을 위한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나머지 자금은 미국 상무부 지원 및 FI(재무적 투자자)대출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대출 규모는 47억달러(한화 약 6조 9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JP모건 등 은행 신디케이트 대출(다수 채권자로 구성된 차관단이 제공하는 중장기 대출), 미 상무부 및 전쟁부의 재무 지원에 대한 채무 보증에 나섰다. 크루시블 메탈스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에 고려아연의 재무상태가 향후 조달의 중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조달이 결정되자 제련소 건설 자금 조달 시점에 대한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하다. 올해 3분기까지 고려아연의 별도기준 매출은 7조 4592억원, 영업이익은 7744억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5조 8307억원)은 27.9%, 영업이익(6272억원)은 23.5% 증가했다.
 
자연히 현금창출력도 높아졌다.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비교적 단순화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올해 3분기 별도기준으로 9581억원이다. 분기별 600억원 내외의 감가상각비와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반영하면 지난해보다 EBITDA(1조 460억원)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은행은 자금 조달 시 현금 창출력을 중요하게 본다. 현금 창출력 확대는 유리한 이자 조건을 끌어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부채 비율, 이자보상배율 등이 조달 비용 측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제련소 프로젝트 자금은 향후 3~4년간 순차적으로 조달될 전망이다. 향후 지속적인 현금 창출력 확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금 가격, 전략 광물의 중요도 등이 현금 창출력 확대에 지속적으로 반영된다면, 제련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비교적 유리한 조달 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탈중국’하는 금속 공급망...부채는 다음 과제
 
업계 안팎에서는 고려아연의 현금 창출력이 성장할 것이라 본다. 내년도 아연 TC(제련 수수료)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귀금속, 전략 광물, 구리 등이 현금 창출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어서다.
 
비철업계는 금속 공급망 변화가 향후 구조적인 금속 가격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글로벌 금속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빼기 위한 미국의 전략 광물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금속 공급이 상대적으로 협소해지며 귀해지고 있다. 안티모니 가격은 지난해 4분기 1톤당 2만1000달러에서 올해 4분기 3만달러를 넘어섰다.
 
그 외에 금, 구리 가격 강세 전망도 고려아연의 현금 창출력 확대에 힘을 싣는다. 해외 투자은행에 따르면 내년도 금 가격은 1온스당 49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금 매출은 지난해 총 748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가격 상승에 힘입어 이미 3분기에 1조3217억원에 달했다.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투자 붐이 구리 수요를 끌어올린다. 구조적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올해 12월 구리 월간 평균가격은 1톤당 1만1579달러 사상 최고 가격을 찍었다. 고려아연은 현재 3만2000톤 수준인 구리 생산량을 2028년까지 15만톤으로 늘리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
 
다만, 급격한 부채 증가 추세는 고려아연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현금 창출력이 있어도 부채가 불어날 경우 현금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MBK-영풍(000670) 연합은 현지 차입금 7조원의 이자 비용만 연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 추산했다.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별도기준 75%까지 높아졌던 부채비율은 현재 차환 등 작업을 거치며 72%로 소폭 줄었다. 다만, 해외 자회사 등을 포함해서 보면 96.3%로 높아진 상태다.
 
고려아연 측은 <IB토마토>에 "미국 전쟁부와 상무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기반한 전폭적인 투자 지원이 결합되면서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는 우수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정세와 미 정부의 전폭적 지원 등이 맞물리는 현 시점이 미국 진출의 최적 시기”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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