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하나캐피탈이 투자금융에서 부진한 탓에 저조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 가운데 미국과 유럽 지역의 부동산 오피스 부문에서 평가손실이 확대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 부담이 수익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해외 오피스 대체투자서 평가손실 확대
10일 여신전문금융 업계에 따르면 하나캐피탈은 3분기 기타수지 실적으로 7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38억원 대비 36.7%(454억원) 감소했다. 기타수지는 여신금융 본업에서 얻는 이자마진을 제외한 수익이다.
기타수지 구성은 ▲렌탈수지 767억원 ▲수수료수지 –135억원 ▲투자금융수지 4억원 ▲대출채권매매손익 163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렌탈수지와 대출채권매매손익이 증가한 반면 수수료수지와 투자금융수지는 감소했다.
특히 투자금융 악화 타격이 컸다. 1년 전에는 515억원이었다. 올해는 이 부문에서만 손익이 500억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투자금융수지 감소는 구체적으로 유가증권평가손실 확대에 따른 것이다. 하나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에서 감정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담보가치 하락이 부정적으로 반영되는 식이다. 그 결과, 유가증권 관련 수지는 –294억원으로 손실 금액이 확대됐다. 전년 동기에는 -42억원이었다.
대부분 해외 대체투자에서 비롯된 것인데, 미국과 유럽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오피스) 시장이 부진한 영향이다. 해당 지역 오피스 투자는 고금리 영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불황에 따른 수요 위축과 높은 공실률 탓에 회복이 지연 중이다. 최근에도 건전성 우려가 커졌다.
금융권의 해외 대체투자는 보통 펀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부동산의 경우 수익증권 형태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분류기 때문에 평가손익 변동이 순이익에 그대로 반영된다.
(사진=하나금융)
투자금융에서 해외 대체투자 44%…“국내서 제한적 취급”
하나캐피탈은 투자금융 자산이 3분기 기준 1조5622억원이다. 전체 영업자산(19조6597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다. 지분증권과 채무증권이 8789억원, 해외 대체투자가 6834억원이다. 해외 대체투자 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5.7%(410억원) 줄었지만 투자금융 내 비중이 43.7%로 높아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오피스, 물류센터, 멀티패밀리, 호텔, 항공기 등으로 파악된다. 자산 유형별로 분산도가 높다. 다만 건전성 우려가 따르는 오피스의 경우 지역별 비중이 미국 21%, 유럽 25%로 나온다.
투자금융 부진은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3분기까지 손익은 654억원으로 전년도 동기(1256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까지 떨어졌다. 손익 회복을 위해선 투자금융수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관련 업계의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평가손실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쯤부터였다”라면서 “지금까지는 손실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향후 전망은 해외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나캐피탈은 투자금융에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50억원 미만의 국내 대체투자 위주로 제한하면서 취급하고 있다. 현재는 투자금융 평균 잔액이 80억원으로 큰 편이고, 국내 대체투자 비중은 17%로 비교적 낮은 상태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외 대체투자 관련 유의자산은 전담 인력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라면서 “단기적인 성과 창출보다는 자산의 건전성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용사와 수익권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 협업하면서 시장 현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