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국금융지주(071050)가 자회사 한국투자캐피탈 유동성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통상적인 채무 지급보증부터 자본성증권 인수까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재무적으로 뒷받침했다. 다만 자금이 한국투자캐피탈의 현금배당으로 다시 빠져나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지급보증 금액 2.2조원…한도 대비 70%
24일 여신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한국투자캐피탈에 대한 채무보증 금액으로 2조2000억원을 설정했다. 연간 지급보증 총한도다. 전년도는 2조4000억원이었으며 매년 초 금액 일부를 늘리거나 줄이는 식으로 조정한다.
지급보증은 한국투자캐피탈이 발행하는 회사채 원리금에 대한 것이다. 채권의 원금 상환부터 연체이자를 포함한 이자 지급 등 원리금 일체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대신 해결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한국투자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에 대해 한국금융지주가 지급보증한 채권 잔액은 1조5250억원이며, 사용 가능한 잔여 한도는 6750억원이다. 한도 대비 70.0%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총차입부채(3조8777억원)에서 지급보증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9.6%다.
그동안 한국투자캐피탈은 지급보증 조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저금리 시절인 2020년~2022년에는 한도를 100% 수준까지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던 2023년에는 지급보증 한도가 2조6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는 차입부채 규모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양상이 지속됐는데, 이 과정에서 지급보증 조달 잔액도 감소했다. 기발행 채권 상환이 그만큼 늘어서다. 차후 업황 개선으로 영업자산 회복에 나설 때 지급보증 조달 역시 다시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급보증 지원을 받으면 자금을 보다 낮은 금리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캐피탈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안정적)’ 급이며 기업어음(CP) 등급은 ‘A2’다. 신용등급이 더 높은 한국금융지주가 보증하면 한국투자캐피탈의 회사채와 CP 등급은 각각 ‘AA-(안정적)’와 ‘A1’으로 올라간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최근 발행 내역을 살펴보면 한국금융지주 보증으로 신용등급이 AA-급에서 발행된 제122-1회차 2년물 1000억원은 금리가 3.340%다. 반면 보증 없이 신용등급 A급에서 발행된 제119-2회차 1년3개월물 400억원은 금리가 4.578%로 나온다. 금리 차가 1%p 가량 난다.
신종자본 자본 확충도 지원…결산 배당금 '변수'
한국금융지주는 채무보증 외에 자본 확충도 지원했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캐피탈은 자본성증권인 신종자본증권 1500억원을 사모로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에 설정되는 만기일이 30년으로 영구채 성격인 만큼 발행금액 그대로 자본으로 인정된다. 한국금융지주는 해당 채권 전액을 이자율 6.96%에 인수했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인 1조5억원 대비 15.0%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캐피탈은 해당 자본을 전액 운영자금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유동성 확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캐피탈은 높은 조달금리와 부동산금융 문제 등으로 재무 지표 전반이 부진한 상태다.
(사진=한국금융지주)
이에 앞선 지난해 9월에는 600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때도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가 지원했다. 유상증자는 보통주 신주를 늘리는 방식이다. 자본성증권 발행과 달리 이자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본의 질적 개선도가 더 높다.
다만 실질적 효과 지속에는 연말 배당이 변수로 남았다. 그동안 결산 배당금이 최대주주로 과대하게 빠져나간 이력이 있어서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 2023년 3월 4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는데 이후 3개월 뒤 3800억원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실질적인 자본 확충 효과는 600억원 수준이었던 셈이다.
가장 최근 건으로는 지난해 3월 결산 현금배당 1150억원이 있었다. 배당은 매년 결산 시점에 시행하는 것은 아니며, 주로 한국투자금융 그룹 내 자회사 간 자금 이동이 필요할 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금배당 공시일은 통상 3월 중순이었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높은 지원 의지와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캐피탈의 유동성 대응 능력 역시 우수한 수준”이라며 “다만 유상증자 실시에도 빈번한 배당금 지급으로 효과가 희석된 바 있다. 배당금 지급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결산 배당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