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키움증권(039490)이 고난도 유상증자 주관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당 기업은
이에이트(418620)다. 대기업 유상증자에서 인수사로만 참여하던 것과 달리 직접 주관에 나섰다. 불활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자금확보 수요가 증가하자, 이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 등으로 유증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주 반발 부른 유상증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 기업 이에이트는 17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보통주 320만주를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주당 예정 모집가액은 5530원이다.
이에이트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되는 자금 중 107억원은 연구개발(R&D)과 외주용역비, 마케팅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70억원은 만기가 도래하는 전환사채(CB) 상환에 쓴다.
이번 유상증자는 사실상 이에이트가 상장 이전 발행한 CB 상환이 목적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에이트는 지난 2022년부터 총 3번의 CB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했다.
당시 계약 조건으로 책정된 전환가액은 1주당 1만9000원이다. 하지만 13일 종가 기준 이에이트의 주가는 5540원으로 전환가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이트는 지난해 2월23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됐다. 당시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과정에서 이에이트는 2024년 실적 예상치로 매출 164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세종스마트시티 등 일부 사업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16억원에 영업적자는 79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2만원이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사업 확장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거의 4분의 1토막이 나 1월 현재 5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까지 알려지자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최대주주인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이사도 배정받은 주식 중 약 3% 내외로 참여를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고난도 유상증자 뛰어든 키움증권
대표 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발행 예정액의 70%인 124억원 가량을 인수한다. 3000만원을 받는 조건에 더해 인수수수료로 1.2%를 책정했다. 이어 잔액 인수수수료에 대해서는 무려 15.0%의 요율을 책정했다.
(사진=키움증권)
이번 딜은 기업성장금융팀이 맡는다. 기업성장금융팀은 기업금융본부 산하 조직으로 신기술사업금융 업무를 담당한다. 앞서 키움증권은 기업금융(I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IB조직을 기업금융부문으로 격상하고 산하에 기업금융본부, 커버리지본부, M&A금융본부를 뒀다.
주식자본시장(ECM) 업무를 전담하는 기업금융본부는 그간 기업공개(IPO)를 주로 담당했다. 유상증자 강화는 비교적 최근 일이다.
유상증자 업무는 주로 대기업 발행 건에만 참여했다. 2021년 대한항공, 에어부산, 진에어를 비롯해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의 공동 대표주관을 맡으며 실적을 쌓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에코앤드림(101360) 유상증자의 공동주관과 8월
맥스트(377030)의 유상증자 대표 주관을 맡으면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당시 에코앤드림에서는 400억원 규모 신주 발행에서 인수사로 나섰다. 맥스트에서도 100억원 규모 신주 발행에 참여했다. 이들 두 건에서 키움증권은 실권주 없이 마무리를 지었다. 다소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사업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자금 조달과 시장 수요 '괴리'…간극 메워야
통상적으로 기업의 유상증자는 기업 운영에 있어 긍정적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시점에선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IPO 시장에선 주식 발행액이 전월 대비 70.7% 감소한 반면 유상증자 규모는 2980억원을 기록해 전월보다 133.4%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유상증가 건수가 늘어 당월 유상증가 대부분이 중소기업 건으로 채워졌다.
결국 이번 유증의 성공 여부는 자금 조달 수요와 시장의 수요 간 괴리를 메우는 데 달렸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 노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주관사가 시장을 설득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이에 대해 구주주 청약에 힘쓰는 한편, 실권주 발생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효력 발생이 한차례 미뤄져 3월쯤에 유증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며 “정해진 시한 내 적극적인 IR과 더불어 구주주청약을 마무리하고 실권주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실권 수수료로 완충이 가능한 수준에서 운용사 매각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