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알루코(001780)가 해외 자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향후 질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무 구조 안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미국 법인의 경우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본 규모가 작아서 부채 문제를 해소하려면 모회사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루코그룹의 지배회사인 알루코는 재무 건전성이 구축돼 있어 향후 해외 자회사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사진=알루코)
그룹 성장 지속…부채도 동반 증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루코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알루코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1조66억원으로 지난해 말(9540억원)보다 5.5% 증가했다.
다만, 자산총계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은 저하되고 있다. 자본총계 증가율보다 부채총계 증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자본총계는 올해 1분기 4028억원으로 지난해 말(3917억원) 대비 2.8% 증가했지만, 부채총계는 같은 시기 5623억원에서 6038억원으로 7.4% 증가했다. 부채 증가가 자산 증가보다 더 크다는 것은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한 매출 기반 구축을 의미한다.
비철금속 산업 역시 철강산업과 마찬가지로 불황에 빠졌지만 알루코는 순이익 114억원(올해 1분기 기준)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1분기와 유사한 이익을 창출하는 등 순이익 방어도 이뤄졌다. 다만,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44%에서 150%로 늘었다.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만 두고 보면 알루코 부채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이다. 다만, 그룹 지배회사 알루코(1분기 말 부채비율 78.6%)를 빼고 나머지만 보면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높아진다. 알루코 연결 재무제표 부채총계와 자본총계에서 별도기준 부채와 자본을 빼면 나머지 자회사 부채비율은 267%다. 자회사를 중심으로 부채비율이 과중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알루코는 해외 자회사를 중심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매출 성장 기반은 외부 자금 등 부채가 견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 알루코는 매출 168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1499억원) 대비 매출 증가폭이 2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영업이익 역시 1년 사이 144억원에서 161억원으로 12%가량 증가했다.
동시에 연결기준 총차입금(사채 포함)은 올해 1분기 429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사이에 100억원가량 차입금이 늘었다. 알루코 별도기준 차입금이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차입금 대부분은 자회사가 조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출과 함께 부담 커지는 해외 법인…모회사 지원 가능성
알루코 해외 자회사는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알루코 아메리카 매출은 27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71억원)에서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알루코 아메리카는 기존 알루코 주력 사업인 알루미늄 압출재 사업을 주력으로 삼는다.
아울러 인도, 베트남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중간지주사 현대알루미늄 매출도 같은 기간 537억원에서 654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매출 증가에 힘입어 아시아 사업 매출 순이익도 일제히 증가했다. 수출, 현지 생산 등 해외 사업에 진출한 업체가 몇 없는 국내 다수 비철금속업체와 달리 앞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결과다.
다만, 매출 실적이 높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부채 부담은 갈수록 과중해지고 있다. 알루코 아메리카는 부채총계 149억원에 자본총계 1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분기 827%에 달했다. 알루코 아메리카가 아직 설립된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꾸준히 이익 축적에 따른 자본 확충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또한 매출 역시 지난해 1분기 17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5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순이익 규모는 2억원에 그쳤다. 아직 이익 확보를 통한 자본 축적이 어렵다. 이에 큰 재무적 지원은 모회사를 통한 출자 등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자회사를 중심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모회사에도 부담이 된다. 자본규모가 모회사보다 작은 자회사가 부채 과다 문제를 겪을 경우 모회사 출자 등 지원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배회사 알루코는 차입금이 줄어드는 등 자회사와 반대로 재무적 여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배회사 알루코는 그룹 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현금흐름 확대를 통해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지배회사 알루코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130억원으로 늘렸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17억원)에서 크게 개선됐다. 이 역시 향후 계열간 지원 실탄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알루코그룹의 미국 내 또 다른 법인인 알루 머티리얼즈 아메리카는 SK온-포드 자동차 합작사인 블루오벌 SK LLC에 전기차 배터리 모듈케이스를 공급하기 위한 생산 기지 건설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규모는 3630만달러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알루 머티리얼즈 아메리카는 매출이 없는 상태로 모회사 출자 등 그룹 차원의 재무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