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시주총서 소액주주 패배…주주 운동 구심점 소멸유상증자 및 주요 사업 물적분할 등 주주 의견 배제된 경영 행보유상증자에도 소액주주 지분율 55%…갈등 불씨 여전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대호에이엘(069460)이 최대주주 중심으로 경영을 행사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측이 의결권 싸움에서 패배한 이후 올해 들어 소액주주 운동이 위축된 후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대호에이엘은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및 재매각 등 소액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우려가 있는 자금 조달 수단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소액주주는 여전히 지분율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소액주주 불만이 다시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향후 갈등 재발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호에이엘)
실적 호조 바탕으로 외부자금 조달 확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호에이엘은 올해 1분기 매출 521억원, 영업이익 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408억원)과 영업이익(17억원)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실적 개선 배경에는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알루미늄 업체들은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대호에이엘은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두 회사 측 의지가 반영된 경영 활동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6일은 1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이었다. 유상증자는 개인 투자자와 투자 펀드였다.
또한 지난 3월 대호에이엘은 최대주주 비즈알파와 특수관계인 사이인 김석진씨에게 전환사채(19회) 50억원도 발행해 유상증자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 가능성을 보완했다. 그와 별개로 지난 3월 대호에이엘은 기발행된 20회 전환사채 보유자인 상상인 저축은행과 합의를 통해 액면가 90억원치 전환사채를 104억원에 회수한 후 오는 18일 이를 108억원에 재매각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환사채 발행순서와 회차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전해진다.
대호에이엘이 적극적으로 외부 투자를 받고 있는 배경에는 사업다각화가 있다. 대호에이엘은 알루미늄 압연재 제조가 주력 사업이지만, 금속 제조업 외 다른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난 5월에는 통신부품 제조사인 옵티코어가 발행한 전환사채 80억원치(지분율 9.58%)를 인수했으며, 출자 펀드인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대호에이엘 지분율 90.88%)를 통해 바이오 업체인 진원생명과학 지분 17.99%를 취득했다.
다만, 사업다각화 재원 마련 수단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로 마련한 탓에 소액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대주주 지분율 역시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마땅한 견제 세력이 없고 향후 자본만 있다면 전환사채, 제3자 발행 유상증자 등 지배력 강화 수단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 지분율 희석에 대한 우려는 소액주주 측이 더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대호에이엘 소액주주 지분율은 63.24%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16.07%)보다 월등히 높다. 소액주주는 과반 이상 지분율을 점하고 있음에도 침해되는 권리에 대해 조직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 중심 경영 강화
적극적인 자금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두고 소액주주는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상황으로 파악된다.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해 12월 대호에이엘 경영진 측에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며 이사 수 상한 확대, 주주 제안 이사회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표 대결에서 최대주주 측이 승리하며 소액주주 요구는 좌절된 바 있다.
최대주주 측 기세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이어졌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 올려진 안건은 2024 사업연도 재무제표 승인, 분기배당 결정 기한 조항 개정, 철도 차량 가공사업부 물적분할, 임직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승인,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 기본 안건 및 최대주주 측 의사가 반영된 안건이었다. 소액주주 측은 정기주주총회에서 별도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올해 주주총회 상정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게 발행한 전환사채, 투자 수익을 보고 들어온 유상증자 투자자 등으로 인해 소액주주 지분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 중심으로 경영이 강화될 수 있는 이유다.
실제 올해 주주총회 시기부터 소액주주 의사가 배제된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철도 사업부 물적분할이 그 예다. 현대로템 등 철도 차량 제조사가 수주를 늘리고 있다. 이에 철도 차량에 창문을 내는 등 가공 사업을 하는 대호에이엘 철도 사업도 올해 1분기 매출이 증가하는 등 성장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물적분할로 인해 철도 사업 법인(진머티리얼즈)는 100% 대호에이엘 산하 법인이 됐으며, 주주들은 사업 확대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이 다시 뭉쳐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점이다. 다만, 소액주주 지분율은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55.6%에 달하기 때문에 분쟁 여지는 상존하고 있다. 지난해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 측이 패배한 후 산발적으로 경영에 대한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주주에 대한 환원 확대, 의사 반영 등 소통 방안을 제시해야 근본적인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주주 보호 수준이 높은 경우에만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호에이엘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주 분쟁은 작년에 의결권 대결에서 회사 측이 이기며 종결됐고, 최근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주 반발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