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콜레라 백신 공공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바이오로직스가 공공시장 수요 전체를 커버할 만한 생산능력을 완비하면서 추가적인 매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다만,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콜레라 백신에 의존하고 있어 사업 다각화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회사는 공공시장 외 사설시장 개척과 함께 장티푸스, 수막구균 백신을 개발하며 품목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2공장 전경(사진=유바이오로직스)
증설 완료 2공장 정상 가동…콜레라 백신 공공시장 수요 전량 커버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백신 개발 및 생산 전문 기업 유바이오로직스의 2공장 콜레라 백신 완제시설 5900만 도스 증설에 대한 투자가 지난달 30일부로 완료됨에 따라 총 투자금액 80억원이 확정됐다.
투자 종료에 앞서 회사는 지난해 4월 2공장 콜레라 백신 원액 제조소에 대한 WHO PQ(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 평가인증) 승인을 획득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MP 적합판정 및 완제품 제조소 추가 승인, 6월에는 완제라인 제조소에 대한 WHO PQ 승인도 완료하며 본격적인 생산 채비를 마쳤다.
2공장 증설 투자 완료 및 승인 획득에 따라 유바이오로직스의 콜레라 백신 연간생산능력은 기존 약 3300만 도스에서 8000~9000만 도스로 확대됐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공장 정상 가동은 바로 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회사는 콜레라 백신 공공시장 수요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콜레라 백신 관련 유니세프 공공시장 규모는 약 1500억 원 내외로 추산되는데, 경쟁사인 인도 샨타바이오텍이 지난 2022년 콜레라 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 유바이오로직스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콜레라 공공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회사의 콜레라 백신 유비콜 관련 품목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2025년 유니세프와 체결한 계약 상 수주 총액이 7202만 도스, 1억800만 달러(한화 약 1468억 원) 규모다. 사실상 콜레라 백신 공공시장은 유바이오로직스가 전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회사는 올해 1분기 동안 1388만 도스, 2900만 달러 규모의 백신을 납품했으며, 5814만 도스, 7900만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가 남아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예전에 1공장만 있었을 때에는 유니세프에서 더 요청을 해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생산 능력에 대한 허들은 다 넘어섰다"며 "보통은 유니세프가 납품 요청서(Award letter)의 80~90%를 사가서 예전 같으면 올해 6000만 도스 쯤 예상했는데, 상반기 물량이 많이 나와서 6000만 후반에서 7000만 도스 가까이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적 콜레라 발발에 따른 콜레라 백신의 수요 급증, 경쟁사 생산중단이 맞물리면서 회사의 매출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2022년 555억원에서 2024년 960억원으로 72.97%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인 3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확보된 생산능력과 수주잔고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콜레라 백신 매출 의존도 과다…시장·품목 다각화 지속 추진
다만 지나치게 높은 콜레라 백신 매출 의존도는 우려스러운 점이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전체 매출액 대비 경구용 콜레라 백신 제품 매출 비율은 90% 이상이며, 지난해에는 93.2%를 기록, 올해 1분기에는 99.16%까지 증가했다. 향후 콜레라 백신 경쟁사 출현 시 타격이 불가피하며, 유니세프 공공시장 규모로 매출 최대치가 한정돼 있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콜레라 공공백신을 넘어선 사업 다각화가 회사의 당면 과제로 떠오른 상황. 그러나 실질적인 사업 다각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다소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2년 378억원에서 2023년 124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172억원까지 투자 비용을 늘렸으나, 올해 1분기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사측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단으로 인해 연구개발비가 감소했으며, 콜레라 백신의 사설 시장 개척과 함께 품목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콜레라 백신의 경우 1공장만 있을 땐 유니세프만 바라봤지만 이제 인도나 아프리카 등 사설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고 한다"며 "추가 품목으로는 장티푸스와 수막구균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장티푸스 백신은 2026년 하반기 출시 목표고, 수막구균은 2028년 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과거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연구개발비가 많이 투입됐던 부분이 있다"며 "공공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세균 백신 외에 미국과 유럽이 타깃인 바이러스 백신들도 개발을 하고 있다.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이 아직 임상 1상 단계인데, 향후 2상에 진입하면 연구개발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