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원 유증 결정에 무상증자까지 주주 참여 독려장명호 사장, 배정 물량 50% 청약 약속…27억원 필요실권주 주관사 인수하지만…장 사장 지배력 약화 전망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이어 무상증자도 병행하며 주주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장명호 사장이 배정받은 주식의 절반만 청약하기로 하면서 지분 희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사장이 청약 대금 27억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지분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회사 측은 대표주관사가 실권주를 인수해 모든 물량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유상증자 이후 장 사장의 지분 희석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지아이이노베이션 홈페이지 갈무리)
800억원 유증 결정…무증으로 '주주 달래기'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약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집 방법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총 1164만4800주를 모집한다. 이는 기존 발행 주식수의 26%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예정 발행가액은 할인율 25%를 적용한 6870원이며, 오는 3월14일 발행가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3월25일 청약을 마치면 오는 4월10일 유상증자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 자금에 쏟는다. 구체적으로 △GI-101 △GI-102 △GI-108의 임상 시험 비용에 246억원을 투자하고, 이외 금액은 신규 후보물질 개발과 인건비 등에 사용한다.
매년 영업활동으로 수백억원의 현금이 흘러나가면서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및 기타금융자산 포함)은 294억원으로, 업계와 비교해 적은 금액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으로 305억원의 현금이 흘러나갔다. 직전연도 동기(351억원)보다는 유출 폭이 줄었지만, 2022년(626억원)과 2023년(412억원)를 보면 매년 4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일반 공모와 달리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무상증자도 진행하면서 주주들의 참여 독려에도 나섰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오는 4월1일 무상증자 신주 배정을 진행한다. 주식 1주당 0.1주를 부여하며,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에도 자동으로 무상증자 주식이 부여된다.
장명호 사장, 배정 물량 50% 청약…지분율 하락 예고
R&D 자금 확보가 목적인 만큼,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지분 6.76%(305만4806주)을 보유한 최대주주 장 사장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장 사장이 배정 받을 예정주식수 78만7646주 가운데, 50%(39만3823주)를 청약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다만, 지분율에 따른 배정 물량을 전부 청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지분율 하락이 예상된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장 사장이 청약 참여를 전부 완료한다면 지분율은 소폭 하락할 예정이다. 공시 제출일 전일인 지난달 19일 기준 장 사장의 지분율은 6.76%(305만4806주)에 달한다. 이후 청약 참여 주식수를 반영하면 장 사장의 지분율은 6.07%로 떨어져 경영권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장 사장이 준비해야 할 청약 대금이 27억원에 달해 순조롭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측은 장 사장의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그간 장 사장이 회사에서 받은 급여 총액은 2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청약 대금을 전액 납부하려면 장 사장이 개인 자금 수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보고서상으로 확인 가능한 지난 2020년 장 사장은 총 5억853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후에는 5억원을 넘기지 않아 보고서상 정확한 금액 산정이 어렵지만, 1인당 평균 보수액을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1억5000만원~2억원의 보수를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장 사장이 청약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6% 이하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장 사장이 청약하지 않은 실권주를 포함한 모든 실권주를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전량 인수하게 된다. 실권주 규모가 커질수록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게 되는 지분도 늘어나 주요 주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회사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대표적인 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대량의 실권주가 나왔고,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이 잔량을 떠안았다. 이에 KB증권은 일시적으로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금산분리법상 금융회사는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어 지분을 매각했고, 이에 따른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장 사장의 자금 조달과 지분 희석 대응 방법 등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당장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