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투자업계에서 날고 기는 전문가들도 바이오 투자는 손에 꼽을 만큼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의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할 전문성과 함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입증되면 소위 대박이 나는 사례가 많지만 이를 검증하고 수익으로 연결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어려움을 깨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초기 기업 지원에 나선 엑셀러레이터가 있다.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시작해 빠르게 성공을 거두며 딥테크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초기 기업의 스케일업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의 이기칠 대표를 만났다.
이기칠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아이비토마토)
다음은 이기칠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KOBAI)와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액셀러레이터로, 중소기업벤처 기업부의 팁스, 경기도 민간 투자연계형 창업지원사업 등의 운영사다. 바이오 전문 엑셀러레이터로 출발해 현재 포트폴리오의 30%는 딥테크 등 타 업권의 스타트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한 맞춤형 경영 전략과 마케팅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KOBAI의 업무 전반을 담당하면서 첨단재산산업협회의 투자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어 초기 기업에 필요한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에 집중하시게 된 배경은.
▲재직 당시의 경험을 통해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갖춰 성장성 있는 바이오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남산업진흥원에서 판교 바이오클러스터 운영과 바이오산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바이오 산업의 매력과 비전을 알게 됐다. 바이오 기업을 선택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수익성, 두 번째는 희소성 세 번째는 성장성이다. 바이오산업은 전문성이 높은 만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투자자가 드물다. 게다가 수익률도 높다. 100배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는 게임과 바이오뿐이다. 성장성에 비해 시장도 아직 열려있다. 우리나라 바이오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최근 바이오와 AI, 반도체 융합을 통한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연구가 전 세계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유리한 환경에 위치해 있다. 비즈니스 방면에서 봤을 때 굉장한 가능성이다. 앞으로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엑시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에 중점을 두고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시장을 보는 눈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성공적인 창업과 성장을 위해 정확한 방향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유지적 관계를 기반으로 성장에 필요한 요소 등을 제안해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기획형 창업도 한몫했다. 기획형 창업은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 창업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후 투자, 스케일업까지 기업과 함께 한다. 애스톤사이언스도 기획형 창업 유형 중 한 곳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뒀다. 1년만에 90억, 3년만에 약 300억원으로 밸류업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42건의 투자건 중 10%가 기획형으로 분류된다.
-기업 투자의 기준이 있다면.
▲기획형 외에 포트폴리오 90%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성장 로드맵과 스케일업 가능성을 본다. 차별점과 혁신성을 기반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큰 능력이다. 특히 대형 창업을 선호하는데, 그중에서도 사업에 대한 진솔함을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자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창업팀의 1~2년간의 데이터를 보고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가 혁신성과 성장 잠재력, 팀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이외에도 국가 출연 연구기관, 대학 등 공공 개발기술 활용 창업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기칠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아이비토마토)
-투자 건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으시다면.
▲피엠아이바이오텍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먹고 버리는 굴 패각에서 고순도 칼슘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사업성과 환경친화를 모두 잡았다. 기존의 칼슘 생산 방식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창업 4년 만에 12개 투자기관으로부터 7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주와 유럽 등 10개국에 진출했으며, 유수의 대기업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 포스코 등 대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순도 칼슘은 식용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트, 페인트 등 산업용으로 사용되면서 친환경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다.
-투자업계 혹한기 언제쯤 회복될지.
▲최근 벤처투자가 감소하면서 폐업이 늘고 창업은 위축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자금 조달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다. AC 등 투자사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결국 기술력과 사업성 등 실력이 있는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정화기다. 혹한기 이전 투자 활황기에는 기업가치에 거품이 껴있는 경우가 잦았다. 투자 공급량이 높아지자 과잉 투자로 이어지고, 기업 밸류가 제값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혹한기를 거치면서 초기 기업과 투자업계 모두 정화되는 기회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어려우면 실력이 있는 기업이 인정받게 돼있다. 창업의 양이 줄어들었어도 데스밸리를 넘기는 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 후 5년을 넘기는 기업이 30%에 불과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투자 생태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정화될 것으로 본다. 올해까지는 현재의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의 목표와 계획은.
▲올해 여전히 투자 혹한기를 지나고 있으나 이전 대비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3회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사업화전문회사와 기술거래기관에 지정되면서 공공 기술이나 민간 기술에 대한 거래와 사업화를 위해 대학의 산학협력단, 국가 출연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기적 협력을 통해 딥테크 창업 사업화를 활발하게 추진하기 위해 다수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름을 붙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있다. ‘AtoZ UP‘이다. 창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케일업의 의미를 담았다. 올해에도 많은 대형 창업기업을 만나고, 성공적인 창업과 지속적인 성장을 함께 모색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외 희망하는 것이 있다면 수원광교·춘천·인천·오송·대구 등 많은 바이오 클러스터와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각각의 클러스터들이 교류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있다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